김인자의 그림책읽기
▲'난 이제 절대 울지 않아' /케이트 클리스 글/사라 클리스 그림/고래이야기

아기 토끼는 이제 곧 다섯 살이 될 거예요. 이제 다 컸으니 앞으론 울지 않겠다고 마음먹지요.
"아기들이나 우는 거죠."
아기토끼는 엄마토끼에게 말했어요. 아기토끼는 생일파티에 징징대는 친구들이 오는 것을 바라지 않았어요. 그래서 자기처럼 커서 절대 울지 않는 친구들만 파티에 초대하려고 해요. 그런데 친구들이 모두 가끔씩 운다는 거예요. 더 놀라운 건 엄마도 운대요. 아기토끼는 이해할 수 없었죠. 누구나 우는 건가요? 왜요?

"제가요. 배부른 여자를 길에서 보면 대로변이고 어디고 상관없이 철버덕 주저앉아 엉엉 울었어요."
일본강연을 끝내고 숨 돌린 겨를도 없이 바로 내려간 제천기적의 도서관. 제천 시외버스터미널에 마중 나온 사서 강정아 선생님. 그녀는 도서관에 미친 도서관쟁이었다.
"선생님 놀라지 마세요. 짠 이 황토 집은요, 우리 제천기적의 도서관 자랑인데요. 우리도서관 자원활동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1년이나 걸려서 만든 집이예요."
어르신들이 만드셨다는 황토 집은 보여주려 만든 집이 아니라 직접 사람이 사는 집 같았다.
"와 가마솥도 있네요. 여기서 밥도 해 드시나 봐요."
장식용이 아닌 정말 사람의 손길이 닿아있는 살아있는 물건들. 그 가마솥에 밥도 해 먹고 옥수수도 삶아 아이들과 나누어 먹는단다.
작은 방엔 이불도 있고 화롯불도 있다.
뜨끈뜨끈한 방에서 화롯불에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를 듣는다는 제천 아이들 정말 신나겠다.
도서관 한쪽 방엔 호미며 쇠스랑이며 삽이며 농사짓는데 쓰는 농기구들이 벽에 나란히 나란히 걸려있다.
이것들 모두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밭을 일굴 때 직접 쓰는 연장이라니 제천기적의 도서관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르신들까지 도서관으로 이끄니 참으로 귀한 곳이다.
곳곳에 제천사람들의 삶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도서관은 책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도 중요한 곳이다. 도서관 여기저기를 돌아보니 강정아 선생님의 귀한 열정의 흔적이 한 가득이다.
"선생님에게 있어 책은 어떤 의미예요?"
도서관에 미친 그녀에게 책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시종일관 호방하게 웃고 도서관자랑에 열을 올리던 그녀가 한참을 아무 말이 없다.
한참을 대답 없이 먼 곳을 쳐다보던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책은 나에게 있어 치유예요."
결혼한 지 15년이 넘도록 아이가 없어 눈물바람으로 살았다는 그녀. 길에서 배부른 여자만 봐도 큰소리로 목 놓아 엉엉 울었다는 그녀의 울음을 멈추게 한건 책과 책을 통해 만난 아기들 때문이란다.
"선생님한테 이런 말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이제는 도서관에 오는 아기들이 다 내 아이 같아요"하고 환하게 웃는 그녀. 젖은 눈의 도서관쟁이 강정아 선생님 그녀는 정말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