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가을철 파리에 본사를 둔 대서양 기선회사의 사장 명의로 한통의 특급우편물이 배달됐다. 당시 엘리자베스 2세호와 함께 세계 최고의 호화선 '르·프랑스'호가 마지막 대서양항해를 끝으로 은퇴한다는 내용과 함께 파리 주재 외국특파원들을 특별게스트로 초청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파원들의 바쁜 시간을 고려하여 뉴욕에서 돌아오는 편은 초음속여객기 콩코드를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었다.
'르·프랑스' 호라면 세계에서 손꼽는 대서양 횡단 고급여객선인데다가 상징적 액수의 참가비만 내면 되는 기회였으므로 서둘러 신청을 마쳤다. 대서양 쪽 항구도시인 르·아브르에 정박해있는 '르·프랑스'호에 탑승해 배정된 객실에 들어서면서부터 다른 세계에 온 착각의 연속이었다.
객실에 걸려있는 그림들은 샤갈과 마티스의 진본 판화들이었고 식당의 그릇들도 고급도자기들이었다. 칼과 포크는 크리스토프제였고 포도주잔을 바카라제로써 프랑스의 고급제품을 전시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탑승한 손님들도 미국과 프랑스의 연예계, 스포츠, 재계의 유명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들은 '르·프랑스'호의 마지막 항해를 아쉬워하고 있었다.
1976년을 기점으로 유럽과 미국을 연결하는 대서양 횡단 고급 크루즈시대는 막을 내리고 크루즈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이제는 유럽이나 미국의 크고 작은 크루즈회사들이 중산층들을 겨냥한 여행상품을 쏟아내고 있어 우리나라에도 크루즈행이 보편화되고 있다.
지난주 인천항만공사에선 올해 13척의 크루즈선 입항이 예정돼 있다고 발표했다. 크루즈 유치를 위해 애쓴 관계자 노고를 치하하면서 승객들이 첫발을 내딛을 때부터 인천항의 인상을 좋게 심어주면서 무작정 서울행이 아니라 인천에서의 순방코스도 제대로 마련했으면 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