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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때문에 온나라가 시끄럽다. 극한 대립에서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고 4대강의 물줄기를 바꿔야 한다는 정부나, 원안 수정불가와 4대강 개발을 반대하는 일부 여당과 야당들의 말은 모두 타당성이 있다. 그들 모두의 국가를 위하는 충정도 이해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불도저 식으로 밀어붙이며 배수진을 칠 게 아니라 반대하는 이들을 시간을 갖고 설득해야 한다. 국민들을 한 쪽으로만 몰고 가려 하지 말아야 한다. 설득할 자신이 없는가.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선 지도자들이 솔직해야 한다. 설득하기 위해 영수회담을 해야 한다. 야당도 할 말이 많겠지만 더 많은 대화를 통해 설득을 하든지 설득을 당하든지, 자중하고 한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
내친 김에 남북정상회담까지 했으면 좋겠다. 민족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세종시보다 남북화해라 생각한다. 북핵문제 해결 없이 남북관계의 개선은 없다. 북핵문제는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보즈워스 친서전달이 확인되고, 4자회담이 6자회담으로 정리되면서 북한은 미국과의 충분한 대화를 원하며 발 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미국은 6자공동성명에서 북한에 충분히 입장을 각인시켰고 '앞으로 논의하자'는 분위기를 이끌어 냈다. 한반도 평화협정·평화체제,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앞으로 할 수 있다는 김정일의 답장이 미국의 최대소득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란에서 재미를 못 보고 있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이 조급하다. 비용을 적게 들이고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면 미국으로선 금상첨화요 성공이다. 김정일의 건강이 회복됐다고 하지만 오바마정부(민주장)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 부시정부(공화당)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도 조급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6자회담은 당사자간 신뢰 없이는 풀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대북제재를 차별과 불신의 장벽으로 표현하고 이것이 해결되면 6자회담도 곧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데서 보듯이 오바마에게 시위한 것이다. 반면 오바마는 평화상을 받은 사람답게 대범해야 한다. 또 다른 생각도 있겠지만 어쨌든 유감표명을 했다.
앞으로 한두번 더 북미대화가 이뤄질 것이다. 이번이 시발점이란 의미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신뢰를 갖고 합의를 이끌어 내야만 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북한도 국제사회와의 관계개선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협정·평화체제, 북한과의 평화협정이 맺어진다면 주한미군의 성격이 바뀔 것이다. 동북아 안보를 위해 주둔할 것이다.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 올해 북한은 강성대국과 김정일 체제의 안정화를 위해 김정일의 현장지도가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늘었다고 한다. 시장을 막고 내부를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장롱속 돈도 끄집어내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바로 북한이 선택해야 할 문제이지만 북한 내부문제는 화폐개혁을 풀어나가는 능력에 따라 변한다.
북한의 화폐개혁이 남한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시장경제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기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 화폐개혁이 성공하려면 역설적으로 외부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했으니 꼭 원만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김동규 통일민주협의회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