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조선일보사 파리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1974년도에 프랑스정부는 대서양 쪽에 있는 랑스 조력발전소 시찰일정을 통보해왔다. 당시 우리나라는 프랑스와 원자력 발전기술 도입을 타진하고 있었고 간만 차가 큰 인천 앞바다가 연상돼 기꺼운 마음으로 랑스발전소를 찾아갔다.

24만KW의 발전용량을 가진 랑스는 당시 프랑스의 첨단기술과 아이디어가 결합된 인상적인 시설이었다. 간만의 차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고 있는 프랑스사람들의 기발한 착상에 감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기술이 진전되고 몇차례 석유파동에도 안정적인 원유공급이 계속돼 초기 시설비가 많이 드는 조력발전은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해양환경을 파괴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과 풍력발전에 밀려 조력발전은 뒷전으로 물러났다.

건설회사의 아이디어가 중앙 및 지방정부를 움직이고 결과적으로 국토를 훼손하고 때로는 공항철도처럼 국민 세금까지 축내는 우리나라에서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이 나오고 있는 것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주택과 도로 등 건설회사의 일감이 나날이 줄어드는 추세에서 토목건설 비중이 높은 조력발전소는 이상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GS건설은 인천시와는 사전 협의도 없이 인천만에 조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주인과는 상의도 없이 천연 갯벌과 수도권 전체에 영향을 주는 대규모 건설계획을 일방적으로 언론매체에 보도하는 자세도 문제이지만 이번 기회에 인천시도 스스로를 반성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인천시에서 재빠르게 구성한 인천만조력발전건설저지 TF팀에게 270만 시민들이 지혜와 성원을 보냈으면 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