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서울 지역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고교 선택제에서 많은 국민을 놀라게 한 재미 있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서울시 전체에서 선택하는 1단계와 학군 내에서 선택 하는 2단계 경쟁률 상위 10개 학교를 분석한 결과, 수요자에 맞춘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 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학생들의 설문 조사에 의한 교복 디자인 결정. 교과 교실제와 과학 중점 학교의 도입. 직접 교재 작성 및 학급별 수학 여행지 결정, 매월 학교 종합소식지를 만들어 학부모에게 알림. 영어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게 '이중 언어반' 운영 등이다.

즉 학생과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학교의 공통점은 교육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학력 신장'과 '인성 교육', 그리고 다양한 '학생 눈높이' 교육을 실시한 학교였다. 이러한 작은 노력과 교사·학생의 친밀한 분위기가 학생과 학부모의 인정을 받았다.

이와 같은 결과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은 의미가 있다. 그것은 학생을 위한, 학생에 의한, 학생의 교육이 선호되고 있으며, 그러한 교육을 교사와 학교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교육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이다. 특히 공교육과 사교육의 문제가 첨예하게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렇게 학부모와 학생이 원하는 중등교육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학생의 학력 신장과 인성의 성숙,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 태도를 배워, 후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전인교육의 장으로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그렇다. 이번 서울시의 고교 선택제가 가르쳐 준 교훈은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학교 현장에서 찾으라는 주문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간과 하였던 '학교 생활의 중시'가 바로 우리 교육이 풀어야 할 중대한 과제임을 학생과 학부모가 가르쳐 주었다.

이를 위하여 모든 교육 현장은 제일 먼저 교육의 근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학생을 소중하게 여기는 학교, 선생님을 존중하고 믿는 학생과 학부모, 그 속에서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이 우리가 원하는 공교육 현장이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학교를 구성하는 학생의 수준에 맞는 다양한 수업과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인성교육이 성숙 되도록 믿고 지켜봐 주어야 한다. 섣부른 정책 변화는 교육현장의 정상적 발전에 혼란만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과부는 창의 인성 교육과 무학년제 학점제, 고등학교 졸업 요건 설정, 고등학교 대학과정 도입 등 수월성 교육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교육현장에서 접하는 학생들의 현상을 파악한 학교가 각자 그 학생에 맞는 교육을 시행하면 되는 것이다. 즉 맞춤형 교육이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다양하게 일어나면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학교현장에서 학생들 현실에 맞는 교육을 펼치는 학교와 교사를 주시하고 기다리는 인내가 절실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의 결과가 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된다.

그러므로 교육 당국은 교육의 근본을 강조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잘 수행한 교사와 학교에 찬사를 보내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어야 할 것이다.

인천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인천시의 학생의 학력 평가 수준은 16개 광역도시 중에서 별로 두드러지지 못하다. 교육 당국은 공교육 현장의 선생님들에게 학력 신장과 인성교육을 맡겨보자. 그리고 결과를 지켜보자.
 
/최순자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