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되는 자전거도로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롯데백화점 인근의 자전거도로가 사라지고 있다.

천시가 '클린 인천'을 모토로 의욕적으로 설치했던 자전거도로가 불과 일년이 안돼 철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길을 지나 출퇴근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인천시가 철거에 나선 것이다.

그렇잖아도 교통량이 많아 매일 출·퇴근길 전쟁을 펼쳐야했던 곳에 한 개 차선을 줄여 자전거도로를 만들었으니 차량정체가 얼마나 극심했을지 예상못할 바도 아니었다.

이같은 지적은 자전거 도로 설치전에 수없이 시에 전달됐다.

주민들은 물론 시민단체와 지역 정치권에서도 숙고를 주장하며 자전거도로 설치에 따른 불편을 예고했다.

그러나 당시 인천시 실무진의 태도는 강했다.

자전거도로로 인해 차량통행이 불편해진다면 오히려 이를 기화로 차를 갖고 나오지 않을 것 아니냐는 논리를 앞세워 자전거도로 설치를 강행했다.

시 예산도 들어갔다. 그것도 수억에서 수십억원씩의 예산이 구간별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한 마디로 실패였다.

실제로 구월동 구간은 상습정체구간으로 전락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눈을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시는 1년도 안돼 철거를 결정했고 이제는 자전거 도로 철거작업으로 차량이나 사람들의 보행이 불편한 지역이 됐다.

차량통행이 불편하면 차를 가지고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던 시의 실무진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런데 이번에는 더욱 재미난 통계가 나왔다.

인천시가 소속 공무원 749명을 대상으로 자전거 이용실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7%가 자전거 이용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대부분 레저·스포츠용으로 자전거를 탈 뿐 출퇴근용으로 쓰는 공무원은 별로 없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것이 현실이다.

인천시는 자전거도로를 만들기 전에 먼저 시 공무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순리였을 것이다.

정작 롯데백화점 주변길은 시청 공무원과 시 교육청 공무원. 인천지방 경찰청근무자들이 반드시 이용해야하는 길이었다.

자전거도로로 인해 가장 불편을 겪었을 부류는 바로 공무원들이었던 셈이다.

결국 시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자전거도로를 설치했다고 보면 그나마 맘은 편할 것 같다.

요즘 그린환경은 대세다.
전세계가 녹생혁명을 부르짖으며 이산화탄소 절감을 최대의 이슈로 삼아 생활의 기본틀을 바꾸고 있다.

자전거 이용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가장 쉽게 가장 빨리 실천할 수 있는 녹색혁명의 기본이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기본적인 것 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인프라라면 인천시의 미래는 허상에 불과할 것이다.

인천은 지금 세계적인 경제허브를 꿈꾸고 있다.

이는 지리적인 조건만으로는 불가능한 목표다.

드웨어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동되고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자전거를 탈수 있는 도로만 만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다양한 제반 시설과 제도적 장치, 편리성, 그리고 모든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명분과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은 자연스레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서게 된다.

오히려 다소 불편하다해도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자전거를 들고 집을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인천시는 그러한 환경을 만드는 데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전거도로 설치는 오히려 마지막에 할 일이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사실상 현대 직장인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다.

기름값이 오르고 차량정체 현상이 도로곳곳에서 발생하는 작금의 인천도로를 감안하면 자전거는 비용을 절감하고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될 것이다.

불편해서 차를 가지고 나오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보다는 자전거출근이 편하고 좋아서 차를 두고 나오는 인천의 도로정책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