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지난주 토요일 미국 지진조사국이 앞으로 한 달 이내에 아이티에 진도 5.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95%라고 발표했다. 십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또 재앙이 덮칠 거라니 무슨 운수가 그리도 가혹한가 싶다.
더불어 그 며칠 전 '작년도 한반도에 60회의 지진이 있었고, 그것이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가장 많이 발생한 것'이라는 보도와 '한반도가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불길하게 떠오른다.
이론상 규모 6.0 이상의 대형 지진도 일어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설명엔 끊겨버린 길, 쓰러진 빌딩, 주저앉은 고가도로, 엿가락처럼 뒤틀린 철도 등으로 아비규환을 이루던 일본 고베의 대 참상이 오버랩 되어 온다.
전국의 빌딩과 아파트의 내진 설계 여부도 궁금해진다. 십중팔구는 안 돼 있으리라 게 비감한 상식이고 보면, 시공회사가 철근과 모래라도 KS 규격에 맞게 썼기를 바랄 밖에 '대지진 설'에 속수무책임을 깨닫는다.
또 노태우 정권 당시 건설한 '200만 호'가 향후 무사할지도 걱정된다. 서둘러 짓느라고 바닷모래를 제대로 씻지 않아 지금쯤 철근이 꽤 부식됐으리라는 어느 건축가의 말이 불현듯 사회에 대한 무서운 경고로 들린다.
그나마 진도 5.3 이상의 지진이 한반도 안에 그간 없었고, 그 모두가 우리 고장 인천과 무관하다는 걸 소아적 위안으로 삼게 된다. 비록 안으로는 이러저런 문제가 있어도 우주- 태양계-지구-아시아-동북아-한국-그 중심부 인천이야말로 누가 뭐래도 지진까지 비켜가는 '낙토(樂土)'란 생각이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