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니가타는 인구 170만명 정도의 일본에서 중간 정도의 현(縣)이다. 일본 혼슈의 동북부에 위치하여 북쪽으로는 동해안과 면해있고 남쪽은 큰 산맥이 군마(群馬) 현과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청 소재지인 니가타 시는 초기 일본의 5대 개항도시로 50년대에는 재일 교포들의 북송이 이 곳을 통해서 이루어졌고 남쪽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가와바다·야스나리(川端康成)의 소설 설국의 무대인 유자와(湯澤) 온천이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동해의 바다와 높은 산맥이라는 지형적 조건으로 니가타는 일본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니가타의 두번째 도시는 과거 일본 정계를 주름잡았던 다나카 카쿠에이(田中角榮)씨의 선거구 나가오카(長岡)로 아직도 이곳 사람들은 다나카 씨를 존경하고 있다. 니가타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서 유자와 일대에 사람 키 보다도 높이 온 눈들도 인상적이었지만 나가오카에 있는 현립(縣立) 근대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소득이었다.

인구 30만 정도의 중소도시에 있는 미술관으로는 믿기 어려운 현대식 석조건물의 설계도 일품이었지만 전시작품들의 수준은 놀라울 정도였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의 시조격인 클로드·모네의 대작을 위시하여 도비니, 루소 같은 자연주의 화파 작품들도 인상적이었다. 노르웨이 출신작가로 세계적인 미술관에서도 소장하기를 꿈꾸는 뭉크의 작품과 물방울 작가로 알려진 한국의 김창렬 화백의 1974년도 작품도 주 전시장에서 볼 수 있었다.

니가타 근대미술관을 관람하면서 일본이라는 나라의 국력과 문화 수준을 실감할 수 있었고 앞으로 인천에 세워질 시립미술관의 작품 수집을 지금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