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인천발전연구원 이사회에서 최근 시립박물관 신축, 이전 문제가 거론되었다고 한다. 연수구 동춘동 청량산 등반코스 앞 언덕바지에 자리잡고 있는 현 청사가 시민들이 걸음하기에는 외진데다가 협소해서 나온 안이다.
작년에 한 세기 맞이 큰잔치를 벌였던 우리나라 박물관사(史)에서 시립박물관은 최초로 지자체가 세웠다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타 부문에 비해서는 발전이 더뎠던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경주박물관과 부여박물관 등이 그 지역 역사문화의 정수(精髓)를 보여주고 있듯이 시립박물관 역시 인천만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다각적으로 구현해야 지역 박물관으로서 자리매김하리라는 것은 번연한 이치인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 고장 인천이 역사의 전면(前面)에 비로소 부각된 것이 개화기 이후요, 오늘날의 기틀을 마련한 근대화에 기여한 점이 막중했음을 감안할 때 가야 할 길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또한 병인양요, 신미양요, 운양호사건, 제물포해전, 인천상륙작전 등 나라의 운명을 좌우했던 전쟁터가 바로 이 땅이었음을 후손들이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향후 '인천전쟁사박물관'을 새로 건립하는 것도 어떨까 싶다. 문제는 새 박물관의 위치인데, 아무래도 애초에 시립박물관이 있었던 중구(中區)가 제격이라 여겨진다.
중구야말로 개화의 본거지요, 병인양요에서부터 인천상륙작전까지 전쟁을 감내해 왔던 역사적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포괄하는 내항의 친수공간이 인천시립박물관의 이전 적지라는 생각이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