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유럽에 있는 수많은 도시들 가운데 우리나라의 현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도시는 헤이그(네덜란드), 함보른 탄광(독일), 바덴·바덴(독일)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이준열사가 분사한 헤이그가 망국의 설움을 상징한다면 함보른탄광은 대통령과 광부·간호사들이 가난을 벗어나려 함께 울었던 역사의 현장이며 바덴·바덴은 대한민국이 세계사의 전면에 등장한 88서울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도시이다.
1981년 바덴·바덴에서 올림픽 유치활동에 참여해 일본의 나고야를 52:27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이긴 후 유럽에 갈 때마다 기회있는 대로 바덴·바덴을 찾았다. 사마란치 당시 IOC위원장이 '쎄울'의 승리를 발표하던 쿠르하우스를 바라보면 한국인의 긍지와 함께 당시 감격이 항상 새로워짐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새해초 유럽을 여행하면서 바덴·바덴에 들려 볼프랑·게르스트너 시장과 대화를 나눈 것은 큰 소득이었다. 프라이브르그 대학을 나와 바덴·퀴텐브루그주(州)의 고위공직을 거쳐 시장이 된 그는 독일의 유서깊은 도시이자 VIP들이 많이 찾는 바덴·바덴의 품위를 지키면서 국제도시로 비상시키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금년에 서울올림픽 유치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바덴·바덴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88올림픽 조형물을 시내중심부에 세우자는 필자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시 차원에서의 협조를 거듭 약속하기도 했다.
88서울올림픽 대회가 동서진영의 냉전을 종식시키고 소련과 동구권의 해체를 촉진하는 세계사적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유럽사람들은 지금도 기억하고 인정하고 있다. 서울올림픽 유치30주년을 맞아 이같은 88대회의 의미를 학술적으로 재조명하고 기념조형물을 바덴·바덴에 세우는 데 앞장설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행복하고 보람있게 느껴졌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