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 14개월동안 진통을 거듭한 끝에 8일 지역구 26개 감축을 골자로 한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을 마침내 표결처리로 통과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선거법을 비롯한 이번 정치개혁 법안들중 특히 지역구 의석 26개 감축과 시민단체 등의 선거개입 범위를 확대한 것은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정치권이 수용했다는 점에서 유권자 혁명으로 기록되는 동시에 앞으로 정치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낳고 있다.

 그러나 지구당폐지 등 정치권이 당초 국민에게 약속했던 사항들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정치관계법 개정은 기대이하라는 평가를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정치개혁도 정치권 스스로의 자정노력이 아니라 외부의 압력에 강요당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평가여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14개월을 끌어온 정치개혁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여야의 지루한 이해다툼은 전근대적인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선거구 감축을 들 수 있다. 이날 처리된 선거법중 지역구 의석 26개 감축은 사실상 시민단체들의 낙천운동으로 촉발된 국민의 정치개혁 요구로 민간인 중심의 선거구획정위가 구성, 그 획정위의 선거구조정안이 관철됐을 뿐 정치권의 자발적인 의지는 아니었다.

 그나마 국회법에서 예결위가 1년 내내 상설특위로 구성돼 활동하고 법안심의에 전의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신설한 것과 국무총리 등 국회 선출직과 국회동의가 필요한 공직자에 대해 인사청문회제를 도입한 것은 앞으로 국회의 입법활동 및 행정부 견제 기능 강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정당법중 각 정당의 전국구 의석 후보 가운데 30%를 여성에게 할당토록 의무화한 조항이 재석의원 275명중 266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사실은 전세계적인 현상인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추세를 인정하고 이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개혁과 발전의 한 징표로 평가할 수 있다.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노조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한 것은 앞으로 노조세력을 기반으로 한 진보정당 출범의 기틀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같은 전반적인 평가와는 별개로 청와대와 민주당이 전국정당화 방안의 하나로 추진해온 1인2투표제 도입이 공동여당인 자민련의 반대로 무산됨으로써 민주당과 자민련의 연합공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며 이에따라 공동여당의 공조복원은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로인해 민주당은 16대 총선전략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태현기자〉choth@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