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스위스 최대도시 취리히는 뉴욕 및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금융도시로 꼽힌다. 스위스연방은행(UBS)과 스위스신용은행(CS)등 세계적인 명문은행이 자리잡고 있는 취리히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꼽히고 있었고, 시민투표로 올림픽대회유치를 부결시킨 기록을 지닌 콧대 높은 도시이기도 했다.
바로 이같이 부유하고 콧대 높은 취리히가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계속되는 여진에 고전하고 있다.
미국정부의 법무부와 국세청에서는 수년전부터 스위스은행을 상대로 2차대전 당시 유태인들의 예금환불과 미국인들의 비밀구좌내역을 공개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스위스은행에 거금을 맡겨놓고 나치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예금을 가족들에게 돌려주지 않는 것은 부도덕의 극치라고 몰아붙였다. 또 탈세를 위해 스위스은행의 비밀구좌를 이용하는 미국인들을 고객으로 모시는 것은 조세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같은 미국의 강경한 자세에 스위스은행들은 백기투항하고 유태인예금 반환은 물론 미국인들의 비밀구좌내역을 미국정부에 제출함으로써 오랫동안 스위스금융기관들의 전통처럼 돼왔던 비밀구좌시대는 막을 내렸다. 금융산업의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경영없이는 자본주의체제가 존립할 수 없다고 믿는 미정부에 의해 스위스 금융기관은 스스로 체질개선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스위스의 국가이미지가 계속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스위스연방정부의 냉철한 판단도 금융산업의 대수술을 가능케 했다. 한때는 세계억대금융도시로 번영을 구가하던 반호프가(街)는 물론 취리히 호반의 고급호텔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현지언론들은 전하고 있었다. 2010년 정초의 취리히 시내분위기는 '영원한 부(富)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