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송(新年頌) 
경인년 호랑이해가 밝았다. 우렁찬 포효가 온 세상 천지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있는 것만 같다. 그 여느 해와는 달리 용맹스럽고 날랜 산군자(山君子) 백호(白虎)의 늠름한 기상을 이 아침에 떠올리게 된다.

또 올해가 경술국치 100년, 청산리 대첩 90년, 광복군 창설 70년, 6·25전쟁 60년, 4·19혁명 50년, 고속도로 개통 40년, 5·18광주 항쟁 30년, 한소수교 20년이 동시에 되는 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세계에 유례가 없을 만큼 험난했던 우리 현대사, 그것도 거의 10년을 주기로 운명의 순간들과 맞닥뜨려온 역사에 큰 마침표를 찍고, 이제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일어서라는 계시인지 뒤가 없는 깨끗한 햇수다.

UN 사무총장 배출, 원조국 승격, 자동차·원자력발전소 수출국, 세계 최대의 조선·반도체·IT 생산국, 1등 국제공항 운영 등이 그 전조(前兆)들이지만, 한 세기 전 이 같은 국가 도약을 하느님인들 아셨겠는가 싶다.
물론 사회의 양극화 현상, 정경의 부정부패 만연, 일자리 부족, 출산율 저하, 남북 관계의 불확실성, 일본의 독도 야욕 노골화, 중국의 동북공정, 대중 경제의존도 심화 등 풀어내야 할 숙제도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오늘, 우리는 천신만고 끝에 나라를 물려준 우리의 아버지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더불어 산업화, 민주화에 앞장선 세대들의 눈물겨운 발자취를 되새기며 그 장엄한 역사에 자긍심을 가져야겠다. 새해 새아침, 의연하고 당당한 자태로 첩첩산중 정상에 우뚝 선 백호처럼….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