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3D 영상은 한 세기 전부터 유행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규진이 최초의 사진관 '천연당'을 열었을 때, 유럽에서는 이미 좌우 50~70mm 간격으로 동시에 두 장의 사진을 찍는 입체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 두 장을 나란히 붙여 확대 렌즈가 달린 '입체경'으로 보면 신기하게도 평면사진에 입체감이 나타난다. 1900년대 초의 언더우드, 키스톤 사 등이 팔던 인천 풍경 입체사진도 10여 종이 된다.

그 기술을 영화에 적용한 것도 오래다. 1955년에 들여온 미국의 서부영화 '타이콘테로가의 요새'가 국내에서 상영된 최초의 3D 영화였는데 빨강·초록색 세로판 지 안경을 끼고 관람하던 모습 자체도 구경거리였다.
그러나 영상이 또렷하지 않고 보고 나면 머리가 어질어질해 3D 영화는 각광을 받지 못했는데, 최근 세계 TV 시장을 석권한 삼성과 LG가 맨눈으로 생생한 입체 영상을 보는 3D TV를 개발했다니 감회가 새롭다.

지난 여름 인천도시축전 때 주제영상관에서 상영한 '낙원 도시', 최근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그리고 '산타'의 이야기를 그린 '폴라익스프레스' 등 각종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3D라는 데 주목하게 된다.

그런 추세에 맞춰 내년 10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풀 HD급 지상파 3D TV의 실험방송을 한다는 소식이다.
한 세기 전, '구경거리 피사체'에 불과했던 우리가 최첨단 기술을 구사해 선도하고 있다니 대견스럽기만 하다. 궁핍했던 유년시절, 가슴 설레며 봤던 3D 영상을 TV로 본다니 살고 볼 일이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