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언 ▧ 윤희택 인천상공회의소 교육통상팀장
요즘 제주도 올레길을 찾는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2007년부터 조성된 올레길은 2년 만에 18만명이나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어 제주 관광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레길의 성공은 지리산 둘레길, 정약용 유배길, 이순신 백의종군로, 남도 갯길 6천300리 등의 개발로 이어져 걷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또 하나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것이 '슬로시티(Slow City)'이다. 슬로시티는 2007년부터 전남 신안, 완도, 장흥, 담양, 경남 하동의 5개 마을이 지정되면서 수많은 도시인들에게 잃어버린 향수를 되찾아 주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시나브로 느림에 빠져들고 있다. 속도가 강조가 되는 요즘 느림의 문화가 빠르게 전파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걷기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또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은 같이 걷는 것이라고 한다.

현대인들은 느리게 걸으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빠르게 살면서 잃어버리고 있는 자아를 되찾기 위해 올레길, 슬로시티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건조해진 가족애, 동료애를 되찾기 위해 올레길, 슬로시티를 걷는 것이다.
느림은 트렌드를 넘어 문화가 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기업보다 더 빠름을 추구하는 조직은 없다. 분의 속도로 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하여 기업은 초의 속도로 변해야 생존할 수 있다. 기업은 살기 위해 빠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그러나 기업을 빠름으로만 경영할 수 없다. 많은 학자들은 현대 기업의 목표를 지속 생존이라고 말한다. 최고의 이익을 내는 기업보다 천년만년 생존하는 기업이 더 위대한 기업이라고 한다.
빠름만을 좇아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기업의 초심을 잊을 수 있다. 초심을 잊으면 기업을 시작한 목적이 무엇인지, 기업을 왜 하는지 혼란을 겪어 기업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 정체성을 잃는 순간부터 기업은 표류하고, 생명을 재촉하게 된다. 그래서 기업에도 슬로시티, 올레길을 걷는 것처럼 정체성을 생각하고, 천년대계를 재정립해보는 느린 경영의 도입이 필요하다.
기업에서 빠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문제는 인재양성이다. 기업이 계속 생존하기 위하여 필요한 인재를 얻고, 키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그러나 삼고초려의 고사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을 얻는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업의 목표는 어떠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충분히 생각하여 멀리보고 인재를 키워야 한다.

기업의 정체성을 되찾게 하고, 인재를 키우는 수단 중에 교육만한 것이 없다. 교육은 올레길, 슬로시티처럼 마음을 다스리고, 마음에 양식을 가득 채울 수 있게 한다. 교육은 빠른 환경 속에서 잊고 있던 창업 초심을 생각하게 한다. 교육은 인재를 절차탁마하여 대기만성 하도록 하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교육은 초경영, 시간경영을 통하여 성과를 거두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지속적이고 끈기 있게 실시해야 만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전형적인 느린 경영이다. 이제 기업도 천년대계를 위해 직원 교육을 확대하고, 천년만년 생존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기업인 스스로 교육에 참여하는 느린 경영을 시작한 것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