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칼럼
형제간 불화는 누가 보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부모를 같이하고 피를 나눈 사이에 돈 때문에 남보다 더한 미움과 원망을 품고 사는 형제들을 볼 때면, 차라리 돈없는 지금의 남편이 낫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고맙다. 애미야! 정말 너한테 고맙게 생각한다."
시어머님과 오랜만의 전화였다. 건강에 대한 안부가 짧게 오간 뒤, 수화기 너머에서 시어머니의 진심어린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통화가 끝난 후, 잠시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해 보았다.
멀리 있는 것 같아 보였던 밝은 빛이 알고 보면 사실 내 가장 가까운 곳, 마음속에서 '용서'라는 단어에서 빛나고 있다는 것을. 이것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사실 '형제'나 '자매'처럼 다정한 말도 없다. 이 말은 그리움이고 사랑이다. 그리움과 사랑은 소중히 간직할수록 귀하고 값지다.
남편과 시댁식구와의 오랜 냉전을 끝으로 지금은 예전처럼 안정된 생활로 돌아왔다. 그랬더니 시어머니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실 우리의 마음은 사발과 같아 날마다 뒤집힌다. 그럴 때 마다 그릇(마음) 안에 담겨져 있는 내용물은 사정없이 흩어진다. 그래서 선과 악을 구별하여 따로따로 담아 놓을 줄 알아야 한다.
아직도 나는 내 안에 있는 마음을 모를 때가 많다. 형네부부를 용서하여 받아드리자는 마음과 잘못을 저지른 그들 스스로 깨우쳐 사과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두 가지 마음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고 있다.
어쨌든 상관(傷官) 운이 다 끝난 지난해를 기점으로 남편과 시댁식구들을 용서하고 받아드리기로 결심했지만 아직도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형네 부부만은 그들 스스로가 깨달을 때까지 방치할 생각이다.
무엇이든 마음에 다 담는 것만이 표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善)은 선대로 악(惡)은 악대로 구별해 담을 줄 알아야 그릇 안에서 오래도록 흩어지지 않고 보존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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