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을 숙명으로만 체념하고 살아가기에는 사실 우리 인간들처럼 우연에 지배되고 있는 것도 드물다. 인간은 그 시작 즉 출생부터가 우연이다. 인간사회에 있어 이 우연이라는 사실을 숙명 혹은 운명이라 부른다.

거대한 운명의 작용력에 인간의 지력(智力)은 대항조차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지레 포기한다면 그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운명은 스스로 이끌어가는 자에게 항시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준다. 그래서 아무리 불길한 운이라 하더라도 혼신을 다해 노력 하는 사람은 흉(凶)도 길(吉)로 반전시킬 수 있다.

아주 오래전 필자가 살고 있던 이웃에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부인이 있었다.

그 부인에게는 자식이 하나 있었는데,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어느날 그 아들이 위독한 상태여서 옆방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새댁이 빨리 집으로 들어오라는 전화를 하였다.

그런데도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이제 문 닫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수퍼가 끝난 후 가겠다'며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보니 아들은 이미 옆방 새댁에 의해 병원에 실려 간 뒤였다. 부랴부랴 병원에 도착해 보니 아들은 이미 숨져 있었다. 그런데 아들을 잃은 엄마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슬퍼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걸 괴이쩍게 여긴 이웃이 그 까닭을 물었더니, 실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 우연히 지나가던 스님이 '이 아이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설령 요절할 운명을 면한다고 해도 부모의 어느 쪽인가가 죽는다'고 했다면서 이 아이의 죽음은 이미 예정되었던 것이라고 담담해 했다. 그러면서 이 아이의 오랜 병치레는 결국 다 뜻이 있었던 것이라며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초연히 체념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의 대부분은 사주학상 자식을 갖게 되면 장래의 운이 나쁘다고 판단되어진 사람들은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결정된 운명에 체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만약 그들이 운명과 마주대할 수 있는 방법을 안다면 하나뿐인 자식을 그렇게 방치해 두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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