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손톱·발톱을 깎지 말라'는 금기어(禁忌語)가 있다. 왜 '깎지 말라'는 것인지 알 까닭이 없었지만, 어린 시절 그를 어기면 언짢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하긴 백열등 아래서 잘못 깎다간 생살 베기가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쓰메기리(그 땐 그렇게 불렀다)'라고 해 봤자 금세 날이 무뎌지는 국산뿐이어서 손톱·발톱을 깎자면 애를 먹었다. 어쩌다 'Trim'이라는 문자가 새겨진 미제 손톱깎이를 장만하면 보물단지 모시듯 했다.
 경쾌한 스타카토 식 절단음을 내면서 손톱을 튕겨내는 '트림'의 인기는 만점이었다. 1948년 바세트(BASSETT) 사가 생산한 이래 '트림'은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손톱깎이 계의 왕자로 군림하면서 시장을 석권해 왔다.
 그러던 것을 지난 2001년 우리나라 벨금속공업이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트림'의 모든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2004년 마침내 독자상표인 'BELL'을 90개국에 수출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구조는 비록 간단해 보이지만, 아무도 이루어내지 못했던 기술력을 멋지게 발휘했던 것이다. 그를 입증하듯 최근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 간 상품이 바로 그 손톱깎이라고 한다.
 '차이나타운'을 주요 관광자원으로 조성하고 있는 인천으로서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무엇을 팔 수 있는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덩달아 'BELL'을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국인과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에게 무엇을 팔고, 무엇을 줄 것인가를 관광 차원에서 좀 더 심사숙고해 봐야겠다.  .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