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와트는 총 800여개 달하는 앙코르 유적지의 많은 사원 중 하나일 뿐이다. 앙코르 와트에 결코 뒤지지 않는 각기 다른 외양의 화려한 사원들이 유적지 저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 글 싣는 순서
1. 600년을 쌓아올린 돌의 제국  
2. 앙코르 와트, 영광과 몰락의 파노라마


캄보디아 서북부 위치 … 800여개 유적지 원형보존
 
바이욘의 얼굴 조각상, 대화 나누듯 세워져 '압권'





건설기간 630년, 800여개의 서로 다른 신전, 3만명의 조각가.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를 세계 최고의 사원으로 꼽는 수식어의 목록은 끝이 없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이기도 한 앙코르는 그러나 순위를 메길 수 없는 인류 역사 최대 역작이다. 동서로 20㎞, 남북으로 15㎞에 이르는 광대한 유적은 그대로 하나의 왕국이다. 2차례에 걸쳐 앙코르 유적지의 생생한 현장을 지면에 담았다.


▲ 하나씩 쌓기만 한 돌들

캄보디아 서북부 시엠 립(Siem Reap) 지역에 위치한 앙코르 유적지는 흔히 앙코르 와트(Ankor Wat)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앙코르 와트는 총 800여개 달하는 앙코르 유적지의 많은 사원 중 하나일 뿐이다.

앙코르 와트에 결코 뒤지지 않는 각기 다른 외양의 화려한 사원들이 유적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모든 사원은 화강암 등의 돌을 쌓아 올려 건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바닥만한 돌부터 무게가 2~3t은 너끈히 나갈 집채만한 암석까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색과 질감의 돌들은 종류를 헤아리기 힘들다.
오직 쌓아올리기만 하고 지금의 벽돌집처럼 돌과 돌을 고정시키는 회반죽은 전혀 쓰이지 않았다.

그렇게 세워진 사원이 1천 년 넘는 세월을 견디고 옛 왕국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쓰러질 듯 서로 맞닿은 돌들이 현대과학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단 하나 뿐인 균형점을 찾아 긴긴 시간을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고 있다.

불가사의로 불리는 이유다. 앙코르 사원의 기본적인 성격은 신을 모시는 신전(神典)이다.

왕이 생전에 신을 극진히 모시면 죽어서 자신과 신이 하나가 된다는 믿음이 앙코르 유적의 기원이다. 왕마다 각기 떠받드는 신은 다르지만 신전에 대한 몰입과 경쟁은 우위를 가르기 힘들다.

왕은 자신의 집권기간 중 모든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신전을 세웠고 그 왕이 죽은 뒤에는 다른 왕이 자리에 올라 또 다른 신전 건축에 평생을 바쳤다.

▲ 바이욘, 거대 성곽의 심장부

관광객들이 보통 가장 먼저 찾는 유적은 앙코르 바이욘(Bayon)사원이다.
앙코르 와트에 이어 전 세계 관람객이 가장 많은 명소다.
바이욘은 앙코르 와트 왼편 앙코르 톰(Thom)이라 불리는 거대한 성곽 한 복판에 세워져 있다.
톰(Thom)은 '거대하다'는 뜻을 가진 캄보디아 말이다. 이름 그대로 앙코르 톰은 사방에 높이 8m, 둘레 13㎞의 성곽에 둘러싸인 초대형 유적이다.

왕국이 가장 위세를 떨칠 때에는 이 안에서만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주했다고 한다.
바이욘은 그 심장부를 상징하는 사원 안의 사원으로 과거 캄보디아 크메르 왕국 자야바르만 7세가 부모에게 헌정한 축조물이다. 바이욘 동쪽 입구로 다가서면 가장 먼저 각 돌들에 현란하게 세겨진 부조 조각이 한 눈에 들어온다.

1만1천여개에 달하는 갖가지 문양의 부조들이 바이욘 사원의 벽이란 벽을 남김 없이 수놓고 있다. 부조된 벽면을 늘어놓으면 길이가 1.3㎞에 이른다고 한다.

각 부조들은 자야바르만 7세 당시 왕국의 일상생활과 종교의식, 전쟁모습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정밀하게 세겨진 얼굴들은 저마다 다른 미세한 표정을 갖고 있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됐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바이욘 사원의 압권은 지상 3층의 사원 상층부다.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을 본 뜬 36개의 거대한 조각상이 곳곳을 장식해놨다. 건축 당시엔 개수가 54개 달했지만 오랜 세월 풍화를 거치면서 지금은 36개만 자리를 지키고 서있다.

사각형인 조각상은 4면에 같은 생김세의 얼굴을 세긴 채 높다란 탑으로 세워져 있다.
좁다란 회랑과 통로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조각상들을 돌아가며 올려보노라면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수 십 개의 얼굴들이 살아서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앙코르 와트가 그 규모로 관람객을 압도한다면 바이욘은 바로 이 얼굴 조각상이 가장 큰 볼거리다. 관광객들은 묘한 미소를 띈 조각상을 앙코르 기행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는다고 한다. 멀리 떨어져서 바이욘을 바라보면 신전에 모셔진 여러 신들이 금방이라도 걸어나올 것만 같다.

/글·사진=노승환기자 blog.itimes.co.kr/todif77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