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송도가 자랑스럽다
송도국제도시(이하 송도)는 바라만보아도 황홀하며 자랑스럽다. 허리까지 빠지는 갯벌 위에 상상할 수 없는 현대문명의 상징인 초고층 건물들이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어가고 있다.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과 대학이 몰려들고 있으며, 인천공항에서 외국인들이 돈 가방을 들고 명품 인천대교를 달려서 10여 분만에 몰려올 날도 며칠 안 남았다.

송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아랫집에 사는 친구와 함께 월사금 내라고 준 돈을 가지고 동인천 역에서 서울 행 열차에 올랐다. 꿈에서나 그리던 서울 구경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 시절만 해도 고향에서는 서울 구경을 한 것만으로도 큰 자랑거리였다.

차표를 사고 남은 돈은 발바닥에 깔고 양말을 단단히 신었다. 그리고 깜장고무신을 새끼줄로 묶었다. 서울역 앞에는 대낮에 코를 베어간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서울역에 도착을 하니 높은 건물들과 자동차의 행렬이 이어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다른 나라에 온 듯 착각에 빠졌다. 전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 중학생 모자를 옆으로 삐딱하게 쓴 아이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한 아이가 손가락으로 촌놈! 하면서 따라오라는 신호를 했다. 친구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나 혼자였다. 대 낮에 코를 베어간다는 아이들이 아닐까 벌컥 겁이 났다.

한 아이가 다짜고짜로 내 광목천 허리띠를 잡더니 어디론가 끌고 골목길로 들어갔다. 입술을 빨갛게 칠한 여자들이 흘끔흘끔 바라보았다. 음산한 골목에서 발바닥에 숨겨둔 돈까지 모두 빼앗겼다. 나는 대장 같은 아이의 아랫도리를 발로 힘차게 걷어찼다. 그 아이는 윽 하면서 넘어졌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파출소로 뛰어 들어가 순경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 순경은 빙그레 웃으면서 기차표를 구해 줄 테니 고향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결국 서울구경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오랜 세월 인천이 서울의 변방으로 취급을 받아왔으나 요즘 세상에는 오히려 서울사람들이 몰려오는 신기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앞 다투어 인천으로 몰려오고 있으니 신명이 안 날 수가 없다.

나는 원래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과 소박한 고향 사람들, 사라져가는 것들을 사진 속에 담아왔다. 그런데 송도를 둘러보면서 현대문명의 절제된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어 송도 사진을 찍게 되었다. 도시의 황홀감을 외국이 아닌 가까운 송도에서 느낄 수 있는 은밀한 유혹이 카메라 초점을 그곳에 맞추게 한 것이다. 카메라 렌즈로 보는 송도는 갈 때마다 더 새롭고 눈부시다.

도시 한가운데로 흐르는 바닷물과 어우러진 공원, 바다 위를 질주해오는 오색찬란한 인천대교, 도시의 세련된 색과 품격 높은 디자인, 기형적인 건물 모두가 외국의 명성 높은 도시에 온 듯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게다가 큼직큼직한 국제행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으니 모든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지난 8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이 인천에 오셨다. '세계환경포럼' 기조연설에서, 21세기는 도시 대 도시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만큼 인천이 국제경쟁력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말로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그런 송도를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상쾌하며 흐뭇하다. 지금부터라도 송도건설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도록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함께 기도를 해야 한다. 그 기도는 어느 특정인을 위한 기도가 아니다. 오로지 인천시민의 질 높은 삶을 위한 기도일 뿐이다. <계속>

#. 최 작가는 누구

민간인 최초로 휴전선155마일 국방부 작가로 선정, 1997부터 2년여동안 걸어서 3번을 왕복하며 사진작업을 했다. 그 사진을 담은 '휴전선155마일 최병관의 450일 간 대장정'으로 출간, 국내외 주목을 받았다. 2000년엔 일본NHK TV로부터 아시아의 작가로 선정된다. 2004년 한국 사직작가로는 처음으로 '일본동경사진미술관'초청 사진전을 열었다. 미국, 일본 등 국내외 개인전 28회와 13권의 사진집, 2권의 시집, 아이들을 위한 '울지 마 꽃들아'를 출간했다. 대통령표창, 외교통상부장관표창, 인천시문화상(미술부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