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좋아하는 역학자의 선인(先人) 중에서는 소강절 선생을 우선으로 꼽는다.

그에 대한 유명한 일화는 헤아릴 수 없이 참으로 많다. 보통 서(筮)하여 괘를 뽑지 않고도 길흉의 이치를 알 수 있으며, 응험하지 않은 바가 없었다 한다. 이것이 바로 역수의 정미(精微)한 묘결인 매화역수다.
후일 선생이 매화를 감상하다가 두 마리의 참새가 나뭇가지에서 싸우는 것을 보고 점쳐서 다음날 늦게 인근의 여자가 꽃을 꺾다가 넘어져 넓적다리를 다치게 될 것을 알았는데, 뒤에 이 일로 인하여 세상 사람들이 매화역수라고 불러 전하게 되었다.

이 점례와 더불어 노인의 안색에 근심이 있는 것을 보고 점쳐서 물고기를 먹어 화를 당할 것을 알았던 것과, 소년의 얼굴에 회색이 만연한 것을 보고 점쳐서 혼인의 기쁨이 있음을 안 것과,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삶아져 먹게 될 것을 안 것과, 소가 우는 소리를 듣고 점쳐서 그 소가 도살되어 군인들이 그 고기를 먹게 될 것을 안 것 등은 다 후천의 수를 일으켜서 알게 된 매화역수의 묘미다.

하루는 선생이 의자 한 개를 들여 놓고 그 때의 연원일시로 작괘하여 그 점의 결과를 의자 밑에 써 놓았는데, 그 내용인 즉 다음과 같았다.

"모년 모월 모일 모시에 이 의자는 부숴질 것인데 선객이 앉으리라." 그 시기가 되어 과연 한 노인이 선생을 찾아 왔는데 그 의자에 앉자마자 의자가 부서지고 말았다. 노인이 당황하여 일어나 죄송하다며 사과하였다. 그러자 선생이 웃으며, "모름지기 물건에는 성패가 있어 다 정해진 수가 있는 법이지요. 그러니 개의치 마십시오. 또 공(公)은 진실로 선객이 아니신지요. 다행히 의심할까봐 내가 미리 의자 밑에 써 놓았지요."
하면서 의자 밑에 써놓은 글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그 노인이 놀라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홀연히 보이지 않았다. 매화역수의 묘미는 지극한 정성으로 응함을 얻으면 신효(神效)하지 않음이 없기 때문에 용렬한 점(占)과 속인들의 복(卜)과 비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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