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은 강영실 피고를 향해 그녀가 저지른 죄과를 알아듣기 쉽게 일러준 뒤 물자탐오방지죄와 국가재산절취죄, 일반범죄 은닉죄, 공산주의 도덕에 어긋나는 불손하고 유치한 발언과 행동으로 사회질서와 공동생활질서를 문란시킨 불량자행위죄 등을 적용시켜 징역 10년형을 선고한다고 했다.

 또 그녀의 꼬임과 사주에 빠져 곽인구 하사와 대낮에 부화질을 한 성복순 피고도 강영실 피고와 마찬가지로 중죄로 다스려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뚜렷한 범죄의식도 없이 한집에 사는 언니를 도와주기 위해 즉흥적으로 자신의 몸을 던진 동정적 범죄인데다 초범이라는 사실이 인정되어 중형만은 거두어들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성복순 피고의 범죄동기는 순전히 자신의 궁핍한 생활을 도와준 은인들에게 무언가를 꼭 보답해야 된다고 사주한 강영실 피고의 강압적 부추김에 괴로워하다 이웃간에 서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자신의 몸을 던져 평소 물질적 도움을 준 사관장 일행의 은덕에 보답한 행위뿐이라고 말했다. 무엇을 바라고 한 행위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군 보위부에서 예심을 받을 때부터 동정을 받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때까지 공민증상으로는 전연지대에서 복무하다 지뢰사고로 순직한 고 김영달 상사의 미망인으로 등재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국가유공자 가족의 예우에 따라 교화노동 6월형을 선고한다고 말했다.

 두 피고의 형량이 선고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고 김영달 상사의 군대 친구들은 얼마씩 돈을 걷어 검찰소와 군 보위부에 뇌물을 먹인 것이 약효를 발생했다고 입속말로 수군거려댔다. 또 어떤 이는 고 김영달 상사가 생전에 워낙 성실했고 군공메달과 훈장까지 받은 몸이라 성복순 동무는 죽은 세대주의 음덕을 톡톡히 입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영실 동무는 너무 가혹한 실형을 받았다며 자기들끼리 둘러앉아 재판결과를 놓고 미주알고주알 평가해대다 재판관 옆에 앉아 있던 검사와 인민참심원들, 그리고 변호사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하며 길게 목을 빼 그들의 거동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도 한번 뻥긋하지 않았다. 재판은 두 사람의 죄목을 군민들에게 알리고, 그런 죄를 짓는 인민들은 어떤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인민들의 가슴에 새겨주기 위해 열리는 형식적인 공개재판이라 변호인의 변론도 없었고, 검사의 이의 제기도 없었다. 그들은 재판관이 국가에서 정해 놓은 재판 절차를 잘 이행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러 나온 사람들 모양 눈만 끔벅거리며 앉아 있다 재판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덩달아 일어나 재판정을 떠나갔다.

 공개재판이 끝난 후 두 피고인은 다시 금천역으로 호송되었다. 열차를 타고 황해북도 안전국 구류장이 있는 사리원시로 가기 위해서였다. 새금천장마당에서 두 피고인과 함께 매대를 마주보며 장사하던 아낙들과 인민반장이 두 피고인들을 마중하러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