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의 구성은 황해북도 재판소 판사 오동기와 도 검찰소 검사, 변호사, 그리고 금천군 인민위원회(군청)에서 선정한 인민참심원(배심원)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한다고 오동기 판사가 선포했다. 그리고는 곧장 심리에 들어갔다.

 오동기 판사는 보위부에서 작성해 올린 예심 문건(文件)의 죄상을 거듭 읽어보고는 두 피고인의 신원사항부터 확인했다. 그리고는 끼고 있던 돋보기 안경을 벗으며 강영실을 보고 물었다.

 『피고 강영실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가?』

 강영실은 군수물자를 사관장과 짜고 암암리에 빼내 장마당에 내다 판 행위가 월암리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워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예』 하고 대답했다.

 이어서 재판장은 성복순 동무를 보고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성복순 동무는 전연지대에서 휴전선을 지키다 지뢰사고로 죽은 고 김영달 상사의 미망인이라는 신분이 밝혀지고, 그런 신분의 소유자가 옆방에 사는 강영실 동무의 꼬임과 사주에 못 이겨 식량을 수령하러 나온 두 살 아래의 곽인구 사관과 대낮에 부화질을 했다는 사실이 재판장에 만장한 월암리 주민들에게 공시적으로 발표되자 순식간에 얼굴이 홍당무가 되며 대답조차 제대로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방청석에 앉아 있는 30대의 남정네들은 그녀의 죄상이 공시적으로 발표되자 순식간에 킥킥 웃으며 옆에 앉은 또래들과 귓속말로 수군거렸다.

 『얼굴도 두껍다이, 대낮에 어케 벌거벗고 부화질을 했을까?』

 『안까이가 얼굴이 곱상하게 생겼는 게 남자께나 밝히게 생겼잖아. 저 상판대기 좀 보라우?』

 『젊은 나이에 세대주가 지뢰 밟고 일찍 죽어버리니까 사내 품이 몹시 그리웠던 모양이디…?』

 『내한테도 저런 안까이나 하나 걸렸으면 좋겠다. 불쌍한 내 꼬투리한테 안까이 사타구니 냄새나 한번 맡게 해주게 말이야.』

 『길티, 길티! 기카면 용두질로 늙어 가는 동무 꼬투리는 완전히 물 만난 고기 짝이 되는 데 말이야….』

 방청석에서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재판장은 조용히 하라고 일침을 주며 예비재판을 끝냈다. 두 사람은 오후의 기본재판을 받을 때까지 금천군 사회안전부 구류장으로 임시 이송되었다.

 기본재판은 오후 2시에 다시 열렸다. 어디서 동원해 왔는지 문화회관 안은 군민들이 늘어나서 오전보다 더 복작거렸다. 국가물자나 군수물자를 횡령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열리는 형식적인 재판이라 공개재판은 엄숙성이 많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래도 재판장은 재판정의 분위기를 일신하지 않고 국가가 정해놓은 요식 행위를 기계적으로 답습하며 일사천리로 공개재판을 진행시켰다.

 두 피고인이 자신의 죄과를 순순히 인정하자 이내 선고공판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