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한기라는 것이 있던 시절 농촌의 고질은 도박이었다. 한해 농사도 마쳤겠다 일없이 긴 겨울날 달리 소일거리도 없고 보면 손에 쥘수 있는 것은 화투짝뿐이었다. 이렇게 해서 대낮부터 벌어진 노름판은 몇날 몇밤을 지새우기가 일쑤였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추수해 들인 곡식 가마니가 간 곳이 없고 끝내는 땅문서도 집문서도 내놓아야 했다. 손가락이라도 끊어 버릇을 고치겠다며 깊은 회한에 빠졌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거사였다.

 흔히 시골의 노름판은 마을 머슴방이거나 장바닥의 목로집 깊숙한 골방에서 벌어졌다. 밤새도록 술상이 들락거린 끝에 새벽녘 판이 끝날 무렵이면 모두들 두 눈에 핏발이 서고 갑자기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마련이었다. 으레 주머니가 두둑해진 쪽은 갖은 핑계로 진작 꽁무니를 뺐고 잃었다는 푸념들 속에 『거짓말 했다가는 내손에 죽을줄 알아』하는 으름장이 터지는 것도 이때쯤이었다.

 도박은 인간의 특성이요 『인간은 도박을 하는 동물』이라고 했듯 인류의 역사와 함께 도박은 있었다고 말한다. 고대의 유적이나 옛 문헌 등에 그 흔적이 나타난다. 미국의 콜로라도 계곡의 원시유적이나 애리조나 동굴의 벽화에 주사위 놀이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로마유적의 대리석 바닥에도 여러가지 고누판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BC 1,600년경 이미 이집트에 도박이 성했으며 인도의 마누법전중에 도박을 금하는 조문이 보인다고도 한다.

 그러나 갈브레이드는 도박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은 손해를 보기 위해 도박을 즐긴다고 말한다. 화려하게 차려입고 이곳저곳 도박판을 옮겨다니며 불태워 버려도 좋을 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자들이 도박을 즐긴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판에 휘말려 패가망신하는 부류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노름판에 탕진 소란을 피다가 결국 구속되었다는 사연이 가십의 보도 내용이다. 지금이 어느때라고 노름에 집을 거는 어리석음이 있는가. 하긴 사회 전체가 요행성에 물들어 있는 작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