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러해시(미 플로리다주)=연합】 미국 플로리다주 대선 재개표 현장에 공화당과 민주당의 참관인 단장 자격으로 파견된 제임스 베이커(공화), 워런 크리스토퍼(민주) 두 전직 국무장관이 백악관이 걸린 최후의 승부에서 해결사노력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모두 거물 변호사 출신이며, 전세계를 누비며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 걸쳐 최강대국 미국의 외교정책을 주무른 국무장관을 지낸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사상 유례없는 대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번 대선의 재개표와 관련, 「창과 방패」의 입장에서 서로를 공격하고 방어해야 할 「적장(敵將)」의 입장에 놓여 있다.

 두 사람은 플로리다에 도착하자마자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다.

 크리스토퍼는 『플로리다에서 심각하고도 실질적인 비정상적 행위들이 있었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면서 약 1백78만표가 걸려 있는 4개 카운티의 투표용지에 대해 수작업을 통한 재개표를 공식 요청했다.

 부시 진영의 단장인 베이커도 뒤질세라 『부정에 대한 주장이나 증거를 보지 못했다』면서 『문제가 된 팜비치 카운티의 투표용지는 선거에 앞서 양측이 검토한 것』이라고 반격했다.

 두 사람은 화려한 전력과 부시-고어가(家)와의 인연, 민주·공화당 내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비중을 지니고 있는데다 당분간 부시, 고어 두 후보가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미묘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여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