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을 받으며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개나리 진달래꽃을 바라보면서 나 혼자만, 찬란한 축복을 받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든 적이 있었다. 무심코 창가를 향해 시선을 돌리니 엷은 흰 구름 한 자락 고요히 떠돌다간 자리에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그 순간 화려했던 추억이나 어두웠던 기억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에 도취되어 나 자신 우주와 하나 되어 그 흥취를 만끽하고 있었다. 누가 되었건, 삶의 그림자가 구름처럼 저 하늘빛 같은 마음에 끼어들어 시간을 방해한다면, 차라리 바쁜 일상을 죽이고 좀 더 여유로운 시간을 축내리라 다짐하면서도 몸은 이미 예약된 손님에 의해 사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고 방황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 세상에 태어나 경험한 크고 작은 일들을 살펴볼 때, 뜻대로 이루어진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더 많다.
이와 같이 자기 자신의 뜻과는 달리 나타난 좋지 않은 일 가운데 작고 경미한 것은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아무런 생각 없이 쉽게 잊어버리지만, 사업이나 시험 등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에서 실패했을 때 그 타격은 매우 심각하다.
이와 같이 좋지 않은 결과가 일어났을 때 사람마다, 또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반응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모든 책임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책임 전부를 다른 사람이나 일 자체의 문제로 돌리고, 간혹 어떤 사람은 실패의 원인을 운명 탓으로 여기고 체념부터 한다. 사실 타고난 운명이나 운의 향방을 무시하고 살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인간의 운명처럼 복잡하고 신비스러운 것은 없다고 본다. 이 또한 고도로 발달한 현대과학으로도 아직 그 비밀을 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쨌든 운명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또 다른 희망을 가져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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