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의 영화 '똥파리'가 드디어 일반 관객들 앞에 선보인다. 그 동안 적잖은 단편들에서의 연기로 크고 작은 주목을 끌어온 '앙팡 테리블' 양익준이 각본, 연출에 주연까지 겸한 '무서운' 장편 데뷔작!

영화가 세상 빛을 처음 본 것은 지난해 부산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 - 비전' 섹션에서다. 그때만 해도 영화가 장차 숱한 해외 영화제의 러브 콜을 받을 거며, 그에 그치지 않고 적잖은 수상까지 하면서 작금의 파란을 불러일으키리라고 예상했던 이들은 그다지 많진 않았을 것이다. 그 사실은 영화가 영화제의 유일한 경쟁 부문인 '뉴 커런츠'에 포함되지 않은 데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부산영화제가 발굴한 보석 중 보석으로 귀결되었다. 영화제가 끝난 지 겨우 6개월 갓 지난 15일 현재, 23개의 영화제로부터 초청을 받았고 9개의 상을 거머쥐었다니 어찌 그렇다 하지 않겠는가. 개봉 전 영화에 쏟아졌던 관심과 애정은 한국 영화역사의 기적이라 할 '워낭소리'가 부러워할 만큼 대단했다. 저예산 독립 영화치곤 개봉 스크린 수도 대박 영화 급이다. 국내 예술영화 배급사 가운데 메이저사인 영화사 진진이 전국적으로 60개에 달하는 스크린을 잡은 것. 영화적 수준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을 터임은 물론이다.
관건은 이제 관객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여부다. 감독이 영화제를 다니며 관객들에게 "'똥파리'는 여러분들을 위해서 만든 영화가 아니다. 이건 온전히 나를 위해 만든 영화다"라고 한다니 흥행 스코어 따윈, 적어도 감독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언정 말이다.

영화가 심상치 않은 문제작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평소 아주 가까이 지내는 동료 평론가를 통해서였다. 심사 차 DVD로 이미 본 그는 영화를 영화제에서 또 다시 보고는 그 감흥을 내게 피력했던 것이다. 굳이 시간을 내 매체 시사회를 찾은 것은 그래서였다.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시쳇말로 '발견의 영화'요 '물건'이었다. 영화도 그렇지만 감독도 배우도 캐릭터도…그랬다. 양익준과 그가 분한 상훈만이 아니었다. 여주인공 연희와 김꽃비도, 상훈의 조카 형인과 아역 배우 김희수도, 심지어는 상훈의 친구 만식과 정만식도 물건이었다. 대개 갈 데까지 다간 밑바닥 인생인 캐릭터들과 배우들은 시종 살아 꿈틀댔다. 현실적 논리로는 절망적일 수밖에 없을 그들에게서 일말의 희망과 변화의 가능성을 목격하는 것은 감동 등의 상투적 어휘로는 충분히 표현할 수 없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상훈과 연희 두 주인공 간에 서서히 싹트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감독의 눈길과 손길은 특히 최상의 경지였다.

그렇다고 영화가 마냥 좋다는 건 아니다. 밑바닥 삶을 향한 이해나 애정을 이해 못하는 것 아니나, 깡패 세계를 묘사하는 감독의 시선에 전적인 동의를 보낼 순 없어서다. 소위 사채 세계를 향한 시선에서, 공감을 넘어 미화의 혐의가 감지된다고 할까. 좀더 거리감을 부여했어야 하지 않나, 싶은 것이다.

그 점에서 영화는 끝내 조폭 세계의 비열함에 일정한 거리를 견지했던 '비열한 거리'와는 다른 길을 걸은 것이다. 그 선택을 과연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