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서 일할 땐 당국에 돈내야 노·사 부담커 인맥취업 상당수
칭다오(靑島)의 합자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중국 이전이 한창이던 2000년 초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막상 다른 나라에 가서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다른 건 둘째치고라도 가장 필요한 게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아는 사람을 죄다 불러다 쓰면 오죽이야 좋겠나 만은 인건비도 인건비지만 중국 측 파트너 입장도 고려해야 할 터라 몇몇 핵심직원을 제외한 대부분은 중국 사정을 잘 아는 중국 측 파트너에게 일임해 직원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측 파트너가 공장으로 불러들인 중국인 근로자며 간부 직원들은 능력보다는 이른바 ??시(關係)라는 인맥을 통해 모인 사람들만 같았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미심쩍은 A씨.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중국에 몇 번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말이 이른바 '??시'라는 이름의 인맥이다. 중국에서 ??시없이 중견 공직사회에 접근하거나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란 무척 어렵다.

최근와서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시를 무시하고 중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겠다.
직원 모집도 마찬가지다.

보통 중국 근로자들이 취업을 하는 방식은 네 가지다. 노동국이라는 기관을 통하거나 광고 혹은 중개소, 그리고 인맥을 통한 취업이다.

이중 인맥을 통한 취업이 80%정도를 차지하니 중국인과 합자기업을 운영할 때 ??시를 무시하고 직업 모집을 한다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공채 형식의 한국식으로 밀어붙였다간 파트너와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테니 싫더라도 중국에 간 이상 그들의 문화와 생활습관을 존중해줄 수밖에 없다.

단순노무은 네가, 기술직은 내가
하지만 중국의 이런 ??시를 통한 직원 모집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역사, 문화적인 이유는 차치하고 실질적인 원인으로는 호구(戶口)라는 중국식 호적제도의 문제가 있다.

태어난 고향에서 일하고 먹고 살면 야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농촌 사람이 도시지역에서 일할 때 생겨난다.
법적으로 타 지역 사람이 외지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대략 한국 돈 20여만 원에 가까운 돈을 관리국이나 공안국에 지불해야 하다 보니(근로자의 부담) 근로자도 꺼리고 수시로 불심검문 오는 공안의 눈치를 보는 기업도 기피하는 것이 사실.

그래서 과거에는 기업주가 100만원 혹은 상하이 같은 대도시의 경우 그 배의 돈을 주고 도시 호구를 산 적도 있었지만 효용에 비해 치르는 값이 비싸 꺼려하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중국에서 합자기업과 같은 중국 측 파트너와의 공동운영에 따른 직원 모집 때는 단순노무 같은 하위직 근로자는 중국 파트너에게 일임하는 대신 기술직이나 공장장과 같은 관리직에는 양해를 구해서라도 공개채용과 같은 한국식 방식을 겸용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불화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 하겠다.


/글=박정동 소장 박재정 연구원

인천대학교 중국학연구소 (www.uic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