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담보로 옛영광 재현 나선 퇴물 프로레슬러
링에서 모든 것을 잃었고 모든 것을 얻었다. 오직 링에서만 나를 느낄 수 있다.

5일 개봉하는 영화 <더 레슬러>는 현란한 테크닉과 무대 매너로 1980년대를 주름잡은 최고의 스타 레슬러 랜디 램(미키 루크)의 가슴 아프면서도 따뜻한 인생을 담고 있다.

랜디 램은 20년 넘게 링의 전설로 군림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 그는 심장 이상을 이유로 평생의 꿈과 열정이 담긴 링을 떠나 식료품 상점에서 일하고 있다.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에서 랜디 램은 유일한 말동무이자 단골 술집의 스트리퍼 캐시디(마리사 토메이)의 권유로 그의 유일한 혈육인 딸(에반 레이첼 우드)을 찾아간다.

랜디 램은 평범한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지나온 세월만큼 멀어진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현실속의 외로움과 냉담함에 힘들어 하던 그에게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아야돌라가 도전장을 내민다. 이에 랜디 램은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경고를 뒤로한 채 생애 최고의 레슬링 매치를 위해 링에 오를 준비를 하는데….

링 위에서는 영웅이지만 사실은 남루한 삶을 살고 있는 그의 삶은 패배자를 연상시킨다. 그럼에도 그는 링을 떠날 수 없다. 링을 떠나면 진짜 패배자의 삶에 갇힐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링에 오른다.

이 작품은 2009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또 영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등 수많은 수상과 노미네이트 소식이 끊이지 않는 영화다.

특히 미키 루크의 영혼을 울리는 연기와 탄탄한 스토리는 뉴스위크와 타임지 등 세계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영광의 세월을 지나 노쇠한 육체의 사나이가 결코 전설을 놓지 못하는 과정을 그린 <더 레슬러>는 실로 처절하지만 그 의미를 결코 간과할 수 없게 만든다.

/정보라기자 blog.itimes.co.kr/j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