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영화 관련 두 개의 단체가 공식 출범했다. 전국 31개 언론사 영화담당 기자들로 구성된 한국영화기자협회(이하 영기협)와, 영화저널리스트 및 일부 현장 평론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한국영화저널리즘포럼(포럼)이다. 공교롭게도 하루 차이를 두고 발족한 두 조직은 멤버 구성이나 그 지향성 등에서 여로 모로 겹쳐진다. 때문에 창립총회 이삼일 전, 영기협 초대회장으로 선출될 부산일보 김호일 선임기자와 포럼 공동의장 직을 맡게 될 나 사이에 통합 필요성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사안이 워낙 급박한 데다 활동 방향에서 각 조직 나름의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은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지만 말이다.

보도에 의하면, 영기협은 주로 "영화담당 기자 간 정보 교류, 영화계 현안에 대한 세미나 개최 등의 사업을 펼치고, 연말에는 '올해의 영화인상' '올해의 영화기자상'을 시상하기로 했"단다. 퍽 구체적이며 현실적이다. 역시 (선의의 의미에서) "기자들답다!"는 느낌이다. 평론가들이 참여해서일까, 반면 포럼은 그 취지가 다분히 거창하며 이상적이기까지 하다. 당장 "한국영화의 미래를 리모델링할 비판적 대안을 위해-'창의적 영화, 생산적 영화산업의 새 지평을 열자!'는 슬로건부터가 그렇다.

내가 포럼 창립에 적극 동참한 데다 공동의장으로 뽑힌 만큼 포럼 이야기를 좀 더 하는 걸 양해 바란다. "먼저 심포지엄 등을 통해 한국영화가 당면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치열한 논의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다"는 포부에선 영기협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이후로 이어지는 계획을 들여다보면 제법 큰 차이를 드러낸다. 훨씬 더 야심적(?)이며 거시적이랄까.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등이 참여하는 아시아영화저널리즘포럼으로 발전해나갈 것", "포럼의 연구 성과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정기적인 비판적, 대안적 영화저널리즘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 "영화계 세대 간의 소통, 제작·배급·자본·언론·유관기관 간의 소통에 미력하나마 힘을 보탤 것이며, 타 예술장르와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나갈 것"이란다.

그래서일 터, 의심 내지 회의의 시선을 던지는 이들이 적잖은 까닭은. 취지가 뭐냐며 따지듯 묻는 이들도 없지 않다. 내가 아는 한, 포럼 창립과 연관해 아예 단신조차 보도되질 않았다. 30명 전후의 회원 중 현직 영화 기자들이 다수이건만. 시작부터가 영기협과는 대조적이다. 그야말로 아마추어 냄새 풀풀 풍긴다.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럼에도 난 그 '아마추어적 초심'을 결코 버리지 않고 싶다. 제 아무리 선의라 할지라도, 프로페셔널들의 결속체인 영기협과 경쟁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 등과도 마찬가지다. 외려 협력 관계를 유지해나갈 참이다. '세 과시'나 그런 데엔 더더욱 관심 없다…….

소망컨대, 무엇보다 모임의 장,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싶다. 아울러 미래의 평론가 및 기자들에게 기회의 장을 만들어주는 데 일조하고 싶다. 물론 포럼이 내건 활동들을 하나씩하나씩 실천하려고 무던히 애쓰면서. 평가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몫이 아니겠는가.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영화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