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하면,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다큐멘터리 <워낭소리>(이충렬 감독)의 흥행 이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영화(사)적은 물론 그 사회문화적 측면에서의 의의 등에 초점을 맞춰서. 하지만 전격 마음을 바꿨다. 최근 등급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작전>(이호재)이 안겨준 커다란 불쾌감에 대해 피력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또 등급 타령이냐는 핀잔을 들을 지라도.

2주 전 이 지면에서, 주식 전쟁을 다룬 영화 <작전>이 순한 표현 수위 등에도 불구 18금 판정을 받아 석연찮다는 취지의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제작사인 영화사 비단길이 이번 등급 판정에 대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하는데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면서. 물론 단서를 달기는 했다. "현실적 효과 등에서 볼 때, 실제로 소송이 벌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다고. 그 이유는 그 모든 것이 실은 영화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증폭시키겠다는 마케팅 전술이요 일종의 제스처일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실효성 면에서 그랬다. 돈벌이가 주목적인 상업 영화 한 편 때문에 길고 지루한 시간과 적잖은 비용이 들어갈 소송을 벌일 리 만무한 탓이다.

그럼에도 그 문제를 짚은 것은 크게 두 가지 연유에서였다. 우선은 비평 행위는 일련의 문제제기요 준역사로서 기록이라는 신념에서 영등위에 '딴죽'을 걸고 싶었다. 다른 영화들과의 형평성 등에서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그리고 일개 영화사가 등급생탈권 거머쥔 권력기구를 향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엄포'를 쏘는 게 무척 통쾌한데다 가상했다. 그 절대적 전제는 '사실'이라는 점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 어떤 '거짓'도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게 웬 일인가. <작전>이 반갑게도 재심의를 통해 18세에서 15세 등급으로 변경 받아 선보였다는데, 정작 매체 시사회 때 공개했던 버전은 18세 버전에서 6분가량이 잘린 15세용이었다는 것 아닌가. 결국 그들은 그 자리에 참석했던 수많은 이들에게 시뻘건 거짓말을 친 것이다. 그런데도 감독은 "등급만 보고 '센 영화'일 거라고 기대하진 말라"고까지 당부했다. 한 술 더 떠, 제작사는 위 사실을 밝히지 못한 것은 실수이지 의도한 것은 아니며 속일 생각은 없었다, 고 해명, 아니 변명을 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그 날의 참석자들은 물론, 관련 기사를 보고 영등위를 향해 공분의 화살을 날렸을-그 중엔 나도 포함된다!-일반 관객/독자들, 나아가 영등위에-정식으로 사과하련다-대한 기만이요 모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장사가 제 아무리 중요하다 한들, 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가. 영화의 삶과 죽음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그랬단 말인가.

누군가의 말처럼 '둔감력'을 발휘해, 그럴 수도 있다며 넘어가야 할지 모른다. 목적을 위해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가르침도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음란서생>과 <추격자> 등을 통해, 요 몇 년 새 급부상한 신생 명 제작사가 그 장본인어서만도 아니다. 이번 사건은 바야흐로 깊고 긴 위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한국 영화계의 숱한 모럴 헤저드 중 한 징후로 읽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