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소재가 이유 … 형평성 의심
다음 달 12일 개봉될 <작전>을 매체 시사회에서 보는 내내, 적잖이 헛갈렸다. '주식 전쟁'을 극화한 그 내용이 난해하다거나 해, 플롯을 따라가기 어려워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영화의 등급 때문이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은, 소위 '18금 영화'치곤 전체적으로 너무 순했던 것. 영화 시작 전 인사에서 감독이 등급만 보고 '센 영화'일 거라고 기대하진 말라, 고 하더니만 그 이유를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영화에 폭력 장면이 없는 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관례에 비추어 볼 때 결코 '18세 감'은 아니다. 그것도 희극적 분위기가 강해 가볍게 웃어넘기기 모자람 없다.

더구나 영화는 야한 것과는 무관하다. 선정성 측면에 초점을 맞추면 건전하다 못해 심심하기 짝이 없다. 개미 투자자의 대변인인 듯 등장하는 개인 투자자 강현수(박용하 분)와, 섹스어필 물씬 풍기는 미모의 자산관리사 유서연(김민정) 간에 멜로 라인이 형성되지 않는 것도 아닌데도, 그저 암시만 될 뿐이다. 정사는 고사하고 그 흔한 키스조차 하질 않는다. 영화는 김민정의 성적 매혹 따위엔 아랑곳없다는 듯, 그 영화적 호재(?)를 아예 활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서 영등위는 영화에 18세 등급을 부여한 것일까. 등급 시비가 일 게 뻔해 보이거늘.

막연히 성인용임은 분명한 주식 관련 제재ㆍ주제 때문에 그랬구나, 싶었다. 헌데 언제부터 영등위가 그처럼 내용 중심의 기준을 적용한 걸까. 이 영화를 기점으로 그 기준이 바뀌기라도 한 걸까. 그 동안은 으레 표현 수위가 등급 결정에 으뜸 요인 아니었던가. 당장 오는 5일 선보일 <마린 보이>(윤종석)를 떠올려 보라.

한 때 '바다의 왕자'인 줄로만 알았던 '마린 보이'가 마약 범죄 용어로, 몸속에 마약을 넣고 (주로 일본으로부터) 바다를 헤엄쳐 운반하는 사람, 이라는 것을 나는 이번에야 알았다. 마약이 제재인지라 당연히 폭력적 설정 및 묘사가 적잖다. 그 수위도 <작전>은 비교될 수도 없을 정도로 세다. 성 묘사는 어떤가. '마린 보이' 천수(김강우)와 미모의 여인 유리(박시연) 사이에 키스는 말할 것 없고 벗은 몸의 정사도 벌이지 않는가. 여느 18세 영화들에 비하면 순할지언정, 그 역시 <작전>에 비하면 제법 센 세기로. 그런데도 그 영화는 15세 등급을 받지 않았는가.

<과속 스캔들>은 또 어떤가? 그 내용이 그토록 건전해서 영등위는 12세 등급을 준 것일까. 중학교 3학년에 딸을 낳은 아버지와, 고등학교 1학년에 아들을 낳은 '과속 3대' 이야기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서? 아니지 않은가. 설사 제재는 성인용이더라도 그 표현 수위나 메시지 등이 12세 용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게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작전>은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가혹한 판정이 아니었을까. 적어도 형평성ㆍ일관성 면에서.

아니나 다를까, <작전>의 제작사인 영화사 비단길이 이번 등급 판정에 대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 현실적 효과 등에서 볼 때, 실제로 소송이 벌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