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강한섭)는 20일, 21일 양일 간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영화진흥정책 수립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영화진흥정책의 기조와 방향', 부가시장과 공공유통배급망 사업 등을 통한 '새로운 영화시장 창출', 그리고 '한국영화의 해외진출 확대 방안'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이 이뤄졌다.

이번 대토론회가 과연 얼마나 큰, 아니 그 어떤 현실적 실효성을 거둘지는 장담할 수 없다. 영진위는 물론이거니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한국게임산업진흥원 등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방송에 이르는, 네 오락·문화 분야의 핵심적 공적 기구들이 주축이 돼 7년여 간 준비, 실행하려 했다는 완성보증보험(Completion Bond) 제도마저 관련 기관과의 소통 문제 등으로 인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흔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마냥 허위 포장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각종 콘텐츠들이 직면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인 탓이다.

영진위가 위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들 중 어떤 것들을 최종 선택해 정책 수립에 구체적으로 반영할는지도 알 길이 없다. 혹자는 그런 말뿐인 토론회 따위가 대체 무슨 소용 있느냐고 비난할는지도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21일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한 원로 영화감독은 이번 토론회의 전반적 부실함을 들어 후배 영화인들을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건 아니어도 경청하지 않을 수 없는 질타였다. 제3 주제 '한국영화의 해외진출 확대 방안'의 5인 토론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한 나만 해도 별다른 진지한 고민이나 준비 없이 그 자리에 임했으니 말이다. 그 방안이라고 제안한다는 것이 해외 진출 시에는 '상업영화 대 예술영화'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지양해야 한다거나, 2000년대 이후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유수한 국제영화제를 중심으로 형성된 'Korean Cinema'라는 브랜드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며, 그러려면 우리영화계를 두텁게 에워싸고 있는 심리적 위기감을 다소나마 떨쳐내야 한다는 등이 고작이었다.

지금 이 순간도 그러나 그런 원론적 의견 피력 이상은 할 자신이 없다. 당장 <괴물> <태극기 휘날리며> 등 이 땅에서 1천만 고지를 넘은 초대박 영화들이 미국 등 해외 국가에서는 '한국 발 예술영화'쯤으로 선보이며, 국내에서는 지극히 초라한 흥행 수치에 머물렀던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그들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리는 사례가 왕왕 존재하지 않는가. 저들 국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대 인기 감독은 박찬욱이나 봉준호가 아니라 김기덕 아닌가...

해외 진출용 영화를 별도로 기획·제작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내수용 중에서 일부 성공한 영화들을 해외로 내보내야 하는 건지부터도 확신하지 못하겠다. 적잖은 이들이 의당 후자 쪽 아니냐고 반문할 법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어느 특정 나라의 대박 영화가 그 나라 밖으로만 나가면 '쪽박영화'가 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군가 위 토론회 등의 무용론을 내세운다면 결코 동의할 순 없다. 크고 작은 다름들이 아무리 극명하게 드러날지라도, 때문에 통일된 의견 수렴이 제 아무리 힘들더라도 논의의 장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