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실에서 ▧ 김홍전 논설위원
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도하 신문들은 으레 그랬듯 연초부터 사회 각 분야의 새해 희망과 바람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움이란 과거에 대한 성찰의 과정을 거친 반성 없이는 불가능한 게 세상의 이치이다.

우리 사회의 작년 한 해를 뭉뚱그려 말할 때 누구나 서슴없이 꼽는 단어가 '경제 위기' 넉자였다. 쓰나미에 비유되는 미국발 경제 태풍이 몰아닥친 뒤 우리 사회 곳곳이 만신창이와 다름없게 됐으니 일리가 없진 않다. 그렇지만 이 역시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대한 피상적 지적에 불과한 듯싶다.

지난해 지구촌 도처에 불어 닥친 태풍의 정체는 그 뿌리가 경제에 있다기보다는 탐욕과 교만에 있었다고 해도 잘못은 아닐 것이다. 올해는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미국발 경제위기 역시 그 근원도 그와 같다. 연말 세계를 경악케 한 버나드 메이도프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 사건이 그 증좌였다.

국내적으로도 작년 내내 현 정부와 중앙 정치권 그리고 노무현 정부의 주변 인물들의 비리 행태는 탐욕의 소치라는 말로 밖에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동북아의 허브 도시 건설을 외쳐 댔던 인천의 공직사회도 드러난 속살을 통해 내보인 것은 부패였다. 개발 사업이 많으니 청렴도가 낮고 비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변명 수준도 아니었다. 단체장 역시 이런 집단을 이끄느라 허우적거리는 가운데서도 앞만 보는 경주 말 같아 여론으로부터 동정보다는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지도층들은 내내 목이 터지라 위민(爲民)을 외쳐 댔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욕심과 교만함에 눈이 먼 탓인지 그저 말뿐 세밑이 되도록 이에 걸 맞는 행동을 보여 주진 못했다.

역설적일지 모르나 경제 위기는 이런 사회적 위선의 가면을 벗겨준 햇빛과 다름없어 보였다. 오죽했으면 교수들이 지난해의 4자성어로 남의 충고를 귀담아듣지 않는 세태를 비판하는 '호질기의'를 선정했겠는지 곱씹게 된다.

성군이라면 배의 안전 항해를 위해 물의 흐름을 예의 주시해야 하건만 자기만 잘났다고 귀를 막고 앞으로만 질주하는 형국이었으니 경제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정치가 갈팡질팡한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우리 사회가 다소 더디더라도 멀리 가려면 무엇보다 우선 지도자들이 군주신수의 의미를 되새겨 환골탈태하는 도리밖에 없다.

2009년은 지도자들의 진정어린 위민으로 국난의 조기 극복과 더불어 만사형통하는 한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올 연말에는 한해를 정리하는 4자성어로 희망찬 단어가 선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