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대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취임 1년째 … 경영·경제전문가 출신 '봉사의 달인'


세찬 바람이 손발을 꽁꽁 얼게하는 12월이면 덩달아 바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노란 조끼를 입은 적십자 봉사단원들이다. 도내 사회복지단체와 홀몸 노인· 소년소녀가장 가정 등을 누비며 불우 이웃들을 가족처럼 돌보고 재난 현장에 제일 먼저 달려가 봉사활동을 펼치는 이들. 구호와 봉사, 인도주의 정신을 적극 실천하는 대한적십자사 경기지부의 수장, 문병대(67) 회장을 만났다.


▲경제 단체 총수에서 봉사 단체 총수로


문병대 회장은 삼성전자 수원주재 대표이사와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한 명실공이한 경영·경제 전문가다.

이런 문회장이 지난해 11월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의 수장으로 처음 취임했을 때만 해도 '경제 전문가가 봉사단체와 무슨 상관이냐?'하는 의아(?)한 시선도 많았다.

그러나 문회장의 자세한 이력을 보면 경제전문가 보다는 봉사전문가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개인적인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 수원대표 시절, 공장 내 봉사활동 센터를 만들어 전 직원을 봉사활동 마니아로 나서게했다.

또 2002년부터 2년간 경기도 자원봉사단체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봉사의 달인(?)이다.

문회장은 "그동안 일선에서 물러나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었다"며 "이번 달로 적십자 경기지사 회장을 맞은 지 1년이 됐는데 원래 적십자라는 조직이 따뜻해 적응하기가 쉬웠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15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적십자는 스위스 국적의 장 앙리 뒤낭의 설립한 국제 구호기구로 노벨평화상을 4번이나 수상한 단체다.

대한적십자사는 103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과거 외국으로부터 도움받는 나라에서 도움주는 나라로 컸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185개 적십자 가입국 가운데 아홉 번째 '인도주의 선진국'으로 알려질 정도로 활동이 활발하다.

경기도지사는 70년 인천에서 수원으로 이전, 경기도 시대를 열었다. 82년 인천직할시 승격으로 인천직할시지사가 신설돼 경기도지사로 개칭, 올해로 설립 61주년을 맞았다.

그는 "재해가 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바로 적십자사"라며 "경기지사의 경우 도내 380여 봉사회가 어버이 결연, 세탁봉사, 새터민 정착 도우미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주민들의 건강증진과 보건지식 보급을 위해 간병인교육, 수상안전법 교육, 응급처치법 등 보건과 안전교육활동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십자는 친북단체(?)

적십사의 사업 가운데 하나가 대북지원사업이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사업은 전 국민의 관심으로 적십자의 대표사업 중 하나다.

문제는 올 초부터 남북 관계가 극도로 냉각돼 이 사업도 지난해 11월 화상 상봉을 마지막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현재 도내 이산가족 수는 대략 1만여 명, 전국적으로 12만7천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 가운데 27.9%인 3만5천여 명은 이미 사망했다. 올해만도 2천여 명이 가족상봉의 꿈을 뒤로한채 삶을 마감했다.

문회장은 "전체 이산가족의 70%를 차지하는 이산가족 1세대가 70세 이상의 노인들인 만큼 이산가족들의 고령화와 사망을 감안해 하루빨리 상봉이 이뤄져야 한다"며 "남북 관계가 냉각됐다고 해도 북한 지원 사업은 인도적 차원에서 계속되고 국제사회의 관심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지원은 계속되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회장은 적십자를 친북 단체로만 규정, 비난하는 일부 시각에는 서운함도 느낀다.

그는 "적십자 회비 참여율의 저조한 이유 중에 하나가 일부 시민들이 '적십자 회비를 내면 북한에 모두 주기만 하는데 왜 내느냐'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 지원활동은 모두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전달되고 있으며 적십자는 중립적 기구로써 남과 북의 입장을 연결하는 '창구' 역할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기부문화 활성화 돼야


적십자 수장이 되면서 그가 느낀 아쉬운 점 중에 하나가 바로 기부문화다.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 기부금액은 10만 9천원 정도.

이는 기부활동이 생활화 되어 있는 미국의 1인당 평균 기부금액인 120만원과 비교했을 때 10분의 1수준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일부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기부활동 = 홍보'라는 잘못된 인식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다.

그는 "기업들의 기부 활동이 활성화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요즘 기업들의 경우 봉사활동을 너무 '홍보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속담도 있듯이 남을 의식한 기부보다는 순수한 기부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재산 210억원을 기부해 장학재단을 설립했다가 6년 뒤 증여세 140여억원이 부과돼 재단운영이 물거품 될 위기에 처한 ㈜수원교차로 대표 황필상(61)씨의 사연(인천일보 12월10일자 19면)에 대해 적극 공감하며 상속 및 증여세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회장은 "선진국은 기부금에 대해 증여세 등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도 정치 자금은 세액 공제를 해주면서 왜 적십자 회비 등 기부금은 아무런 해택도 받지 못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영화배우 문근영씨가 거액을 기부했다가 오히려 네티즌들에게 악플세례를 받았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기부 문화가 활성화 되고 뿌리 내리려면 세법이 뒷받침 돼야 하지만 기부행위를 돈자랑(?)으로 인식하는 부정적인 시선도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십자 회비 6천원이 지닌 큰 힘

문회장은 적십자 회장 취임 이후 쉴새 없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구호활동 같은 봉사활동도 뿐 아니라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해 31개 시·군을 찾아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적십자라는 단체는 정부의 보조금이 아닌 국민들의 낸 회비로 운영하는데 적십자 회비 납부를 꺼리는 일부 시민들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다.

그는 "취임 이후 적십자회비 모금 활성화를 위해 취임 이후 도내 31개 시·군을 직접 다니며 지자체장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각 지역 현장에서 활동하는 적십자 봉사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며 "적십자회비는 일종의 사회보험으로 회비 납부는 갑자기 닥치는 천재지변이나 재해, 재난에 처한 이웃을 돕는 일인 동시에 앞으로 이런 일을 겪을지 모를 미래의 나 자신을 위한 일인 만큼 꼭 납부해 달라"고 말했다.

문 회장 취임 1년.

적십자 경기지사는 올 한 해 적십자회비 모금 목표액인 78억원을 100% 달성해 구호와 사회봉사, 보건과 안전교육 활동 등 각종 인도주의 활동에 사용했다.

또 인도주의 정신에 따른 구호·봉사활동도 적극 펼치고 있다.올해부터는 요양보호사 교육원을 신설해 요양보호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 밖에 청소년적십자(RCY)의 봉사활동 부문을 더욱 강화해 847개 조직, 4만3천여 명의 단원으로 성장시켰다.중국 심양시홍십자회와 일본적십자사 사이타마현지부와의 국제교류를 통해 우호적 협력관계도 다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는 1m 1원 자선걷기대회, 희망나눔 경기도 4백리, 기아체험, 아나바다 자선바자회 등 시민과 함께하는 굵직굵직한 재원조성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며 숨 가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문회장은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100만여명을 넘어 우리나라도 다문화 국가로 들어선 만큼 앞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이나 다문화가정 청소년 지원프로그램 확장하고 이를 주요활동 중 하나로 전개 할 것"이라며 "이밖에도 다문화가정과 같이 급증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즉, 새터민에 대한 현재의 양적, 질적 지원 규모도 더 확장해 이들이 안정적으로 한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회장은 "이같은 활동을 위해서는 재정확보가 중요한 만큼 적십자회비 참여가 부진한 지역은 직접 다니며 참여를 독려하고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기부하는 적십자 후원회원 모집을 더욱 강화해 지금보다 더 발전적인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이 십시일반으로 낸 적십자 회비가 우리 이웃의 희망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말아 달라"고 적십자 회비 납부를 재차 당부했다.

/최모란기자 blog.itimes.co.kr/moran3022

/사진제공=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문병대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은


▲학 력
●1960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입학
●1962년 공군입대
●1965년 공군제대(병장)
●1967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96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수료
▲주요 경력
●1968년 삼성그룹 입사
●1972년 삼성비서실 인사담당
●1978년 삼성석유화학 관리부장
●1982년 삼성종합건설 인사부장
●1983년 삼성전자 수원공장 관리담당 이사
●1991년 삼성전자 인사총무본부장
●1993년 삼성전자 수원공장장
●1994년 삼성그룹 경기지역장
●1997년 삼성전자 수원주재 대표이사
●2000년 삼성전자 상근경영고문
●2006년 삼성전자 상근경영고문 퇴임
●1999년 경기도육상경기연맹 회장
●1999년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장
●2003년 경기엔젤클럽 회장
●2004년 경기도자원봉사단체협의회 회장
●現 2007년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상임고문
▲상 훈
●1996년 대통령 산업포장
●1997년 석탑산업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