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에서
지난주 끝난 인천과 경기도 의회의 올해 2차 정례회는 여느 회의와 견줘 분위기부터가 사뭇 달랐다는 평이다. 회기내내 의원들은 자치단체에 대한 견제와 질타의 소리를 높였다. 작심한 품새였다. 특히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용역사업에 대한 심의였다.

도의회는 도가 시행하는 학술용역 심의대상을 종전 5천만원 이상에서 전사업으로 확대하는 의원발의 조례개정안을 심의확정했다. 인천시의회도 시의 각종 용역사업예산을 일제히 10여%에서 많게는 전액 삭감했다. 자치단체사업과 관련, 종래의 사후약방문식 대응에서 사전부터 철저하게 감시하고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받을 만했다.

더 관심을 모은 대목은 이런 변화가 벌써부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학술용역심의 관련조례가 시행된 작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경기도가 발주한 용역 건수는 31건 25억원에 그쳐 작년 한해 53건 59억원과 비교하면 40% 남짓 감소했다. 인천도 시의회의 강경기류를 감지한 자치단체가 이달 5일 열린 자체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에서 아예 심의안건 23건중 9건만 원안승인하고 14건은 조건부승인 또는 재검토하도록 했다. 문제소지가 있는 용역사업을 알아서 사전정비한 꼴이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같은 지방의회 변화의 근원을 보면 시중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자치단체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사전점검없이 일단 사업만 벌이고 보자는 투였으니 자치단체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방의회가 이 정도로 제 도리를 다했다고 하면 오산이다.

예컨대 시의회의 예산삭감식 대응은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해도 부작용을 낳을 소지 또한 없지 않다. 용역사업은 사업비에 비례해 그 질이 결정되는 게 상식이다. 그렇다면 무작정 예산만 줄여 놓고 제대로 된 용역결과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식 바람과 다름없다. 오랜 지적사항인 지방의원 자질문제에 견줘 용역사업을 제대로 심의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인천시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에 시의원 2명이 참석하는 데도 이 위원회가 허술한 심의로 툭하면 무용론의 대상이 돼 온 게 상징적 예이다.

지방의회가 자치단체 사업을 사전에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데 이의가 있을 순 없다. 정부 위임사업이 아닌 자치단체 자체사업은 그 출발점이 용역실시라는 점에서 심의가 지금보다 더 강화돼도 부족함은 없다. 그러하더라도 제대로 된 옥석가리기와 용역의 질적 담보를 위해선 조례 제정 등 제도적 장치 강화와 더불어 전문가,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의회내에 설치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 봄직한 일이다.

현재 저축은행과 건설업계 자금난의 원인으로 꼽히는 일명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문제가 기실 자치단체의 부분별한 개발사업 추진이 주범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김홍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