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 프리뷰 / 쌍화점
왕·호위무사·왕후 아슬아슬한 삼각관계
 
 
질투는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 집착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건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정의일 뿐 정답은 아니다.

<쌍화점>(감독:유하)은 사랑 이야기다. 왕과 그가 부리는 사람과의 정을 담고 있다.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또 다른 <왕의 남자>.

왕의 친위 부대 건룡위는 무예에 뛰어난 이들을 뽑아 어릴적부터 궁궐에서 자란다. 건룡위 수장 '홍림'은 '공민왕'의 총애를 받는다. 공민왕의 홍림에 대한 감정은 단순히 부하로서 신임을 넘어 사랑으로 자리잡고 홍림은 왕에 대한 충심인지 사랑인지 모르는 감정으로 왕을 보호한다.

둘의 관계는 원나라에 조공을 바치는 변방국에 불과했던 고려의 정치적 상황과 얽히면서 믿음은 불신이 되고 사랑은 증오로 변한다.

이들의 복잡한 감정 변화는 대사가 아닌 표정이 대신한다. 집요하게 그들의 얼굴을 따라다니면서 어떤 말을 하고 싶은거냐 묻는다.

여자를 품을 수 없다는 공민왕을 대신해 원나라에서 온 왕후와 합궁을 해야 하는 홍림의 얼굴, 홍림과 왕후의 은밀한 관계를 눈치 챈 공민왕이 지어보이던 눈빛, 홍림에게 "내일 자시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는 왕후. 수 만가지 대사보다 눈물이 고인 눈이 더 많은 말을 한다.

감독의 전작 <결혼은 미친짓이다>에서와 같이, 급격한 스토리 전개보다는 느리면서도 은근한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중심에 뒀다.

홍림과 왕후의 정사 장면은 감독의 표현대로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과하다. 하지만 홍보를 노린 불필요한 장면만은 아니다. 지난해 개봉해 눈길을 끌었던 <색, 계>에서처럼 두 사람의 관계 변화를 말하는 매개다. 영화 후반과도 맞닿아있으니 '야한' 시선만으로 보지 않길.

영화는 역시 시기가 문제다. 금기를 건드리고 여배우의 상반신 노출 장면은 홍보 수단으로는 뒤늦은 감이 없잖다. 지난 10월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가 전격적으로 동성애를 다뤘고 지난달 개봉한 <미인도>는 주인공 김민선의 과감한 노출로 이미 재미를 봤으니 말이다.

조인성의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 18세. 12월30일.
 
/소유리기자 (블로그)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