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대정초등학교
"'내 방 청소 값 1천500원, 어제 한 심부름 값 700원, 화분에 물 준 값 500원 등등 모두 합해 5천200원 주세요' 라는 아이의 '요구'를 묵묵히 듣던 엄마는, '낳아 준 값 무료, 식사·간식비· 옷값 무료, 네가 아플까봐 노심초사한 값 무료, 널 위해 늘 기도한 값 무료 등등 전부 무료'라고 써 줬다."

인천 대정초등학교 학생의 학부모가 지난 달 25일 받아 본 가정 통신문 내용이다.

부평에 위치한 이 학교는 효심과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을 제일의 가치로 삼는다.

정세영 교장이 2003년 이 학교에 온 후부터 한 달에 이틀을 '효행의 날'로 정했다.

이때면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효 관련 자료를 가정마다 보내 같이 읽어보고 대화하는 자리가 되도록 한다.

정 교장을 비롯한 대정초 교사들은 부모를 사랑하고 위하는 심성이야말로 모든 선한 마음의 기본이 되며 선한 마음으로 공부하면 학습 효과도 극에 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교장선생님 훈화도 효에 관한 내용이 주되고 수업시간 틈틈이 효 교육을 한다.

이 같은 교육 방식으로 학생들의 효성이 얼마나 일깨워졌는지 정확히 측정해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의 마음에 점점 스며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효행의 날'을 기다렸다 안내문을 먼저 챙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부모님의 사랑이 사무쳐 눈물을 흘린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바로 설 때 친구·선생님과의 관계, 학습 태도 등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대정초 교사들의 교육 방침은 이 학교에 '왕따'가 없다는 대목에서 빛을 발한다.

대정초에는 서로 따돌리거나 미워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

소위 말하는 '불량 문제아'도 찾기 힘들다.

교사들은 이런 학교는 인천에서 유일할 것이라며 입을 모은다.

학생들은 스승의 가르침에 탁월한 학습능력으로 보답한다.

지난 해 수학사고력겨루기대회에서 금은동을 전부 석권한 것이다.

올해는 한 학기에만 377명이 교내 자체 인증 시스템에서 학력향상 인증을 받았다.

게다가 입학이 어렵기로 소문난 가평청심국제중학교에 3년전부터 매년 1명씩 합격자를 배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공부 잘하는 학교. 대정초 교사들은 이런 학교의 제자들이 자랑스럽다.

인성을 바탕으로 물심양면 이끌어 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그러나 화려하게 우수한 아이들보다 조금은 뒤쳐지는 학생들에게 늘 마음이 쓰인다.

그 아이들을 위해 더 연구하고 노력하게 된다.

이 학교가 '기초학습 부진아'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 것은 모두 이러한 교사들의 덕이다.

지난 해 5명이 학습 부진아로 교육과정평가원에서 평가를 받았는데 올해 치룬 시험에서 전부 면제가 됐다.

여기에는 학생에 대한 교사들의 각별한 애정이 숨어있다.

무조건 앉혀놓고 주입하는 교육대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따뜻한 관심을 먼저 나눴다.

교사들은 방과 후 5명의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공부를 했다.

결국 '더 이상 부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담당 교사들과 학생들 모두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글=장지혜기자·사진= 박영권기자 (블로그)jjh
 
 
인터뷰/ 정세영 교장

"학생들 향한 열정 젊은이 못지 않죠"


"내년이면 정년퇴직 이지만 학생들 향한 열정만큼은 젊은 혈기 부럽지 않아요"
정세영 교장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어려 있었다.
"항상 고민합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죠.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
그의 초등학교 시절 하얀 체육복을 입고 학생들을 따뜻하게 대한 체육선생님을 존경해 그때부터 교사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교육대학에 입학했다.
1968년부터 40년간 초등학생 교육이라는 한 길만 보고 달려와 내년 2월 정년을 앞둔 그의 교육관은 남다르다.
'선생지교 산고수장'(先生之敎 山高水長:선생의 가르침은 산보다 높고 강보다 길다)이 그의 좌우명이다.
"인성을 튼튼하게 한 후 공부를 해야 진정한 학습입니다. 참된 인생의 길을 밝혀주는 스승이 되고 싶어요"
이런 그를 대정초 교사들도 전적으로 신뢰하고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한다.
권위적이지 않고 한 발짝 앞서가는 교장의 모습에 반한(?) 교사들이 개인적인 상담을 하러 종종 교장실을 찾기도 한다고.
"교사들에게 먼저 모범을 보인 것이 믿음의 원천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출근시간은 내가 일등 이니까 허허"
그는 학부모와 잦은 교류를 갖기도 한다.
"교육은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혼연일체로 이뤄내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학부모에게 예절교육을 하고 교육을 받은 학부모가 다시 학생들에게 가르치도록 하는 시스템도 마련했죠."라고 그는 전했다.
무엇보다 그는 최근 편부모나 부모의 맞벌이로 가정에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학교에서 안내문을 보내줘도 가방 속에 넣었다가 그대로 가져오는 학생들이 있어요. 보여 줄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바쁘기 때문이에요. 그런 학생들에게 부모가 되 주는 것이 저와 교사들이 할 일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교육자의 길을 걷겠다는 그의 넉넉한 웃음에 어버이의 모습이 묻어난다.

/장지혜기자(블로그)j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