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프리뷰 - '예스맨'
여기저기서 기운 빠지는 이야기만 들린다. '긍정의 힘'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좀체 즐거워지지 않는 요즘, 보기만해도 유쾌해지는 남자 '짐 캐리'의 <예스맨>(감독:페이튼 리드)을 만나보자.

은행 대출 상담원 '칼'은 모든 일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를 부르는 별칭도 '노맨'(No Man)이다.

싫다고 말할 수록 일은 꼬이고 짜증은 더해간다. 그러다 친구의 권유로 마치 종교집단 모임과도 같은 '인생역전 자립프로그램'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그는 '긍정'만을 말할 것을 우주와 약속한다. 만약 어길 때는 벌을 받는다는 것. 그래서 칼은 그 때부터 '예스'만을 말한다. 소형 비행기 조종도 배우고 한국어 강습도 듣고 소액 대출도 남발한다. 영화 속 세상은 신기하다. '예스'만 말해도 일이 술술 풀려간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이 벌어지면서 칼이 갖고 있는 능력이 발휘된다. 사건을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진정한 '예스맨'이 무엇인지를 찾아간다.

이렇게 웃기고 기분좋게 만들고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장면은 유쾌하다. 그러나 현실감이 떨어져 보인다. 긍정만 하고는 살 수 없는 우리 삶을 비틀어주지 못한 채 그냥 유쾌한 칼의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다.

제자리를 잃었던 모든 사건들은 너무나 빠르게 원상태로 돌아간다. 자살을 하려던 사람은 기타 소리에 행위를 포기하고 갑작스런 실직에 눈물 콧물 흘리던 남자는 칼이 소개해준 여성을 만나 금세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틀니를 한 노인의 사랑도 '예스'란 말에 쉽게 성사되고 만다.

칼이 비료 업자에게 대출을 해주고 갑작스레 여행을 떠나고 조종 기술을 배우는 모든 행동을 테러리스트와 연관 짓는 수사관들의 어벙한 판단이 세상을 향한 유일한 조롱이다.

자막이 올라가면 '예스'만 말하고 사는 세상은 영화 속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뒷 맛이 씁쓸하다. 15세. 18일 개봉.

/소유리기자 (블로그)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