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 OBS 경인TV 사장
▲쉬지 않아도 즐거웠다


주철환 사장 얼굴 위엔 취임과 함께 새로 맞췄다는 '해리포터' 안경이 그대로 얹혀 있었다. 안경 뒤로 비쳐지는 얼굴에선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주 사장은 그 비결을 역도 선수 장미란에게서 찾았다.

그는 "장미란은 매일 역도를 하지만 그 속에서 팬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며 "1년을 지내면서 일종의 도전을 해왔다. OBS와 같이 했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이를 먹을수록 바쁘게 사는 게 외로움을 잃게 한다. 은퇴 후 아무도 찾지 않을 때 외로움보다는 이렇게 바쁜게 더 즐겁다"고 덧붙였다.

시작부터 불안했던 탓이었을까. 1년간 OBS를 두고 갖가지 소문이 그치지 않았다. 주 사장은 근심을 거둬달라고 말한다. "1년이라는 시간에 많은 성과를 얻어낼 수는 없다. 아직 실험 방송을 하고 있다. 학습하는 시간이다. 우리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그 시간에 계획하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OBS에게 노처녀 히스테리를 부추긴다는 짤막한 비유를 내놨다.

"아직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20대 후반 여성에게 왜 결혼 안하냐 왜 혼자냐라며 괴롭히면 히스테리만 생기고 고민만 만들지 당장 결혼할 수 있는건 아니다".


▲주철환과 OBS

주철환 사장이 OBS에 오기 전 그는 시청률 최고를 기록하는 인기 프로그램을 만든 PD였고 대학에선 명강의로 소문난 교수였다. CEO는 그가 걸어왔던 길과는 다른 자리다. 그래서인지 그가 취임한 뒤로도 인기 PD와 훌륭한 CEO는 다르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사라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주 사장은 "자질을 문제 삼는다면 OBS 사장 공모에 지원한 일이 잘못이다"는 말을 내놓으며 "PD는 아이디어를 내고 거기에 맞는 사람을 돈을 주고 데려오면 되는 일이다. 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지 그렇게 못하는지는 PD 능력이다. 하지만 CEO는 운신의 폭이 좁다. 특히 OBS은 밥상이 다 차려진 상태에서 가장 마지막에 자리에 앉았다. 내 생각대로 프로그램을 만들던 것과 방송국을 운영하는 것은 다르다. OBS는 다른 방송사처럼 안정된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 아니다. 아직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많고 사장이 직접 나서 출연자들을 설득하고 자잘한 일까지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인천을 기반으로 등장한 방송국이지만 지역성을 거부한다는 비판도 OBS가 풀어야 할 오해 아닌 오해다. 인천에 상주하는 기자가 부족하다는 말은 방송국 내부에서도 심심치않게 들리기에 단지 바깥에서 말하는 단순한 시기와는 다르다.

주 사장은 "어떤 지역 프로그램을 만들지 학습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전국 뉴스가 많았지만 지금은 지역 뉴스가 역전한 상태다.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오전 오후 방송은 경기도와 인천 뉴스가 주로 방송된다. 기자가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그 문제는 통신사 뉴스로 대체할 수 있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의 수를 늘려야 하는 것은 해결할 것이다"며 "앞으로는 이슈별로 접근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맛있는 집'과 같은 코너는 지역과 밀접한 소재이기에 전라도, 경상도같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인천이나 경기에서 소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그가 보는 언론은 정치적이다. 정치력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둘 사이에는 빛과 그림자 같은 면이 존재한다.

최근 논란이 됐던 민영미디어렙 도입 방안을 두고 "공평하게 돼야"라는 짧은 한마디로 그의 생각을 전했지만 "지역에 기반을 둔 방송사가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더하기도 했다. C&M 등 케이블 방송사의 역외재송신 문제는 지난 10월 말 방송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서울 지역에서는 아직도 OBS를 볼 수 있는 지역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그가 말한 '정치력'으로 해결할 과제다.

그는 OBS를 "언제 그만두게 되더라도 여기서 쌓은 경험은 돈 주고도 얻지 못할 시간이다"라는 말로 정리했다.


▲주철환, 희망을 말하다

'3년 안에 망한다'. 사람들은 OBS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저주는 사양한다". 소문에 대한 주 사장의 대답.
현재 OBS에서 방송 중인 '박경림의 살림의 여왕', 얼마전 갑작스레 문을 닫아야 했던 '진실과 구라' 등 여러 프로그램이 케이블 방송사에서 방영되고 있다. 그래서 프로그램 질에 대해서는 KBS, MBC 등에 밀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자리한다.

주 사장은 "우리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다. 안봤기보다는 못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성있는 프로그램이 이미 시즌별로 제작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만 있다면 승산은 있다.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다"며 "'김혜자의 희망을 찾아서'를 보면 환갑이 넘은 여배우에게 주요 프로그램을 맡긴다는 일이 다른 방송국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색다른 시도다. OBS는 앞으로도 발상의 전환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광고에 목숨 걸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방송국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주 사장은 "케이블 방송사가 넘쳐나고 몇 개 방송국에 광고가 몰려있는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 OBS의 광고 수익이 갑자기 늘어나기 힘든게 사실이다. 우리는 사업을 하겠다. 대형 공연을 유치하고 웨딩 사업, 교육 사업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구조로 가겠다. 영화 제작도 한 가지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국한 뒤 매월 20일 직원들과 대화의 광장을 열고 있다. 의견을 조율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 달 전부터는 월요일 아침마다 전자우편을 직원 전체에 보낸다.

그는 "지금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구조조정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며 "OBS가 어떻게 기적을 일으키는 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를 만나고 있는 사무실 안은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았다. 관심은 좋지만 의심은 거둬달라고 말한다. 지난 1년은 혼란기였다면 내년은 안정을 찾고 다음 3년째 되는 해는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계획이다.

주 사장은 "조급증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만만디도 아니다. 더 좋은 것들은 앞날에 있을 것이다. 앞으로 OBS는 아이디어 공장으로 승부를 볼 것이다. 다윗이 골리앗과 싸우는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소유리기자·사진=박영권기자 blog.itimes.co.kr/rainworm

 
주철환 OBS 경인TV 사장은

●출생 : 1955년 5월 29일 (경상남도 마산)
●학력사항
1974~1978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78~1980 고려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석사)
1983~2002 고려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박사)
●경력내역
1983.3~2000.2 MBC TV 프로듀서
2000.3~2007.7 이화여대 사회과학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2007.7~현재 OBS경인TV㈜ 대표이사 사장
●수상내역
1990, 1991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
1995 백상예술상
1997 한국방송위원회 대상
2000 제12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공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