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실에서 ▧
최근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경제위기이다. 도하신문들은 연일 '사상 최악', '초유'라는 수식어를 단 국내외 경제동향과 함께 국내기업과 국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현장의 실상은 정부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인천만 해도 수년 새 지역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온 각종 개발사업이 대부분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런가하면 성장의 최대 축인 산업단지, 항만, 그리고 대기업들마저 마비상태다. 이로 인해 파생된 기업도산, 실업 등과 같은 부작용은 '밤새 안녕'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극심하다.

문제는 10년 전 외환위기 때와 비교해 불황 탈출구라 할 수출마저 침체의 늪에 빠져 든 형국이니 중소기업과 일반국민들로서는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셈이다. 그러니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정치권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경제난의 진앙지가 미국이어서 국내서는 손도 써볼 수 없다고 하지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하고 조기회복도 가능하리라는 믿음에서다.

그렇지만 지난달말 이후 언론매체를 통해 전해진 소식은 실망감을 지울 수 없게 했다. 종합부동산세 개정과정에서 그토록 열성적이었던 중앙정부가 웬일인지 경제회생에는 소극적이라는 인상마저 줬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당리당략에 빠져 싸움질을 하다가 지난주에는 아예 예산안 심의마저 법정처리 시한을 넘겨 버렸다.

지역도 예외가 아니어서 자치단체 부서마다 내년 사업비 확보경쟁에, 그리고 지방의원들은 자신들의 내년 의정비를 올리려고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이었다.

중앙, 지역을 불문하고 정가와 관가는 심하게 말해 마치 '남 탓'과 '제 살' 궁리만 하는 사람들의 경연장과 다름이 없었다. 지도층 비리실태의 압축보고서라 할 '쌀직불금' 수령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아도 이 정도였다. 기업과 일반국민들로서는 아예 비빌 언덕조차 찾을 수 없는 지경이었던 셈이다. 이런 탓인지 인터넷에서는 경제대통령 이야기가 인기였다. 현실세계 리더들이 제 역할을 못하니 이 역시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새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미국사회에 던진 화두는 '희망'과 '변화'다. 새 시대를 맞아 구시대의 진부함에 몸서리치고 있는 미국민의 바람을 담은 메시지였다. 그렇지만 사실 이는 우리에게 더 절실한 화두일 듯싶다.

극심한 경제난에 처해 있는 국민들을 향해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가 고작 '주식을 사라'와 예의 '부자론'이라면 더 그럴밖에 없다. 지난 2일자 본보에 실린 인천상공회의소 회장의 '경제에 희망을 주는 리더십 필요'란 제목의 칼럼을 예사롭지 않게 읽은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김홍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