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장
의무구매·보육해결 등 정책 절실

최근 중소기업청과 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성기업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늘면서 도내 여성기업체수는 꾸준히 증가해 5만8천여개에 달한다. 이는 경기도내 58만3천여개 전체 기업의 10%를 넘는 수치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 회원사는 90% 가까이 제조업체로 현재 회원업체가 200여개 업체에 이른다. 최선희(60)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장은 도내 여성경영인들로부터 자상한 어머니로 불린다. 지난해 1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의 제5대 회장으로 취임, 도내 여성기업인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나누며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 온 최 회장. 지칠 줄 모르는 추진력으로 '불도저'란 별명까지 얻은 그녀도 알고 보면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 이전에 평범한 한 가정의 아내요 아이들의 어머니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주변에 불우이웃돕기 사회공헌협약을 체결하는 등 기부문화 확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최 회장의 꿈과 비전을 통해 여성기업인들의 미래를 짚어 본다.


◇여성기업 창업지원의 디딤돌 되다


"공허하게 외치는 여성 경제정책이 아닌 여성기업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통해 회원업체들이 당당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디딤돌이 되겠습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해마다 여성기업인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경쟁력 면에서는 아직도 일반기업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은 현실이다.

최 회장은 최근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온 '경기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의 확장 개소식 갖고 신규창업을 하는 여성기업인들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개인적으로 제 임기동안 꼭 이루고 싶었던 바람이었습니다. 자금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할 때 힘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관련 기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이처럼 넓은 창업공간을 확보하게 됐지요. 이제 여성기업인들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자유로운 창업의 기회가 보장됩니다. 창업센터로 오시면 다양한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죠"

사무실을 포함한 여성기업지원센터의 규모는 종전 80평에서 두배 이상 늘어나 160여 평 규모에 여성창업 지원을 위해 입주한 기업만 현재 10개 업체에 이른다.

창업아이템이 있는 여성기업인이 상담과정과 협회의 심의를 통해 선정되면 무료로 입주가 가능하며 창업보육 지원을 통해 새로운 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여성기업인들의 저변확대가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여성기업인들의 활발한 창업이 선행돼야 할 것 아닙니까. 결국 지회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다양한 예비 여성창업자들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유익한 창업 기회를 제공해 주는 창구가 돼야 하겠죠."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최근 도내에서 창업지원을 받는 여성기업인수가 급속도로 증가했으며 실제로 지회 회원수도 1년만에 50여개 업체가 늘었다.

"최근 경제적 상황이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기업이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것은 자금문제인 것 같습니다. 물론 마케팅을 통한 판로개척이나 수출지원책 등도 중요하지만 원활한 자금지원은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최근 회원업체들에게는 보증료를 특별히 할인해 주는 MOU를 신용보증기금과 체결하고 회원업체 자금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최 회장은 취임 이후 여성경제인의 권익보호와 지위향상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동종 업종 또는 이업종을 묶어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동종 또는 이종간의 연결 파트너십 구축사업 등은 최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온 사업이다.


◇여성기업인들을 위한 재교육과 특색사업 발굴

인터뷰 내내 최 회장은 교육에 대한 투자와 열정이 기업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고학력 여성들이 사회진출시 가장 큰 걸림돌은 자신감의 결여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가정일에 오랫동안 매달리다 보니 스스로 무뎌진 것이죠. 따라서 이들 고학력 유휴여성인력의 사회진출을 돕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재교육이 절실합니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서는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교육 재활프로그램 운영이 필수적으로 여성기업인들의 재교육을 위해 지회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수차 강조했다.

그녀는 이같은 신념에 따라 지회는 여성기업인들의 자질 향상을 위한 각종 경영연수 등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도내 경제단체들과의 협조를 통해 정기적인 교육사업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위한 아이돌보미사업, 탁아사업 등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평생교육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세대별로 새로운 교육 아이템을 개발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필수입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여성들의 사회참여는 결국 선진국으로 가는 마지막 토대가 될 것 입니다"

그녀는 특히 여성기업의 애로사항 및 건의사항 등을 수렴해 해당기관과의 간담회를 통해 해결될 때 성취감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정부의 여성기업 지원 위탁사업으로 지회가 운영중인 여성비즈니스지원센터를 통해 신규기업의 성장을 돕고 그 외에도 여성창업경진대회 개최, 여성기업 국내·외 박람회 지원, 여성기업간 멘토링제 도입, 여성 가장 창업자금 지원사업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여성기업 및 여성창업자를 위해 꾸준히 사업을 영위해 나갈 생각이고, 특히 여성기업의 판로지원 및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좀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우수한 제품을 개발했지만 판로가 없어 고민하는 기업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최 회장 특히 조달청에서 지난해 7월부터 여성기업에 대해 지원해 오던 회원사 제품 수위탁 의무구매제도를 없애면서 회원사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말한다.

"선진국의 경우 여성기업 제품에 대한 정부의 의무구매 비율이 5%에 육박하는 등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부가 오히려 여성기업을 위한 정책적인 후퇴를 하고 있는 것은 문제입니다. 일부 통계에서는 여성기업의 부도율이 현격히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만큼 여성들은 기업운영을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녀는 여성경제인들의 경우 판로개척에 있어서 남성에 비해 사업정보도 부족하고 영업에 필요한 접대문화에도 익숙지 않은 관계로 남성과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 질때까지만이라도 정부의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기업인들의 열정과 미래

최 회장은 여성기업들의 저변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보육문제 해결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보육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출산율은 계속해서 줄어들게 될 것이고 이는 곧 국가경쟁력의 하락을 의미한다
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계속해서 보육문제를 해결하고자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좀더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으로 여성 모두가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 회장 자신도 지난 20년간 기업체를 운영해 오면서 가장 큰 어려움이 인력문제로 특히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한 좀 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년간 '노인용 기저귀'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해 오고 있다.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에 이르고 종업원 수만 50여명에 이를 정도다.

여성기업인으로서 이토록 큰 기업을 운영하기까지 왜 어려움이 없었겠냐고 반문하는 최 회장.

기업을 시작한 이후 2년 만에 공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해 엄청난 고통을 겪을 때 그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거래처 사람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2천만원 가량의 거액을 선뜻 내놓거나, 주부사원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자신의 일처럼 도와준 것에 대해 지금도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성실하게 주위분들과 인적 관계를 맺어온 것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가장 큰 힘이었던 셈이다.

"결국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가지 요소들이 성공의 열쇠를 좌우하겠지만 여성이나 남성이나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 주위분들과의 인적인 관계인 것 같습니다. 성공이란 단어가 모든 것을 다 이룬 사람에게 주어지는 말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깨우치고 공부하는 사람,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는 자세가 있을 때 비로소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요."

요즘도 도내의 한 대학에서 자연치유학과 박사과정을 배우고 있다는 최 회장. 인터뷰를 마치면서 오늘도 강의가 있는 날이라며 만사 제처 놓고 강의실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평생공부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자신을 위한 투자 그리고 여성기업인들을 위한 그녀의 부단한 열정을 보면서 여성기업인들의 밝은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글=김형수기자·사진=김영래기자 blog.itimes.co.kr/vodo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