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의 영화이야기
한 기사에 따르면, 영화계가 2001년 이래 줄곧 7천원 안팎으로 묶여 있던 영화 관람료를 9천원으로 올리 는 방안을 추진한단다. 영화제작가협회, 영화산업노조 등이 25일 영화진흥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영화산업 협력위원회에서 그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묵을 대로 묵은, 해묵은 이슈니까 말이다.

몇 주 전 참석했던 영진위에서의 간담회에서도 그것은 핫 이슈 중 하나였다. 열 명 남짓한 참석자들 중 상당수는 그러나 그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표명했었다. 나도 그 중 한명이었다. 입장료 인상이 과연 악화될 대로 악화되고 있다는 영화계 수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어서였다. 특히 창작·생산 주체인 제작사 측에 초점을 맞추면, 더욱 더 그렇다.

영화계 일각의 계획·바람대로 2천 원을 올렸다고 가정해보자. 극장 40%, 수입배급사 60%로 나눠 갖는 외국 영화와 달리, 한국 영화 부율은 50:50이니 1천원이 제작·투자사 등의 몫이 된다. 그렇다면 그 중 과연 얼마나 제작사 품에 안길까.

주지하다시피 투자사 앞에서 제작사는 (절대) 약자일 수밖에 없다. 작금의 위기 국면에선 두말 할 나위 없다.
한때 제작사와 투자사 간의 수익 분배 비율이 5 대 5나 4 대 6이었던 적이 있었지만, 오래 전 이야기다. 언제부터인가 그 비율은 3 대 7이나 2 대 8로 낮아졌다. 심지어 1 대 9로 정해지기도 한단다.

제 아무리 큰 대박을 날려도 어지간해선 제작사가 목돈을 쥐기란, 다소 과장해 하늘의 별따기인 이유다.

어떻든 평균치인 2 대 8로 계산해보자. 2천원 인상 시 제작자 측에 귀속될 몫은 고작 10% 선인 200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요금 인상이 제작사의 수익 악화에 실질적 도움이 될까?

그 전에 풀려야 할 난제들이 수두룩하다. 영진위 관계자의 말처럼 관람료 인상은 결국 "극장주들이 결정해야할 사항"인 데다 "담합으로 몰리지 않도록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할 필요"까지 있다.

더 큰 문제는 인상에 대한 일반 대중 영화관객들이 품을 법한 반감 내지 거부감이다. 가뜩이나 우리 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는 데다 주머니 사정이 열악해지고 있는 마당에 단번에 2천 원이나 올린다면 적잖은 반감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7년 째 묶여 있다는 지금의 요금 체계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번 인상 논의의 핵심적 주체들인 제작가협회 및 산업노조 등은 몇 중의 설득·싸움을 펼쳐 실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여론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 현실성이 얼마나 클지는 모르지만. 그간 한국 영화산업과 연관된 숱한 이슈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부율 문제를 둘러싸고 극장 측과 한판 승부를 벌여 이겨야 한다. 투자사와의 분배에서도 작금의 관행보다는 한층 양호한 조건을 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결코 쉽지 않지만, 반드시 치러내야만 하는 큰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