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이영희·서유복 부부
보양식의 강자를 열거할 때면 빠지지 않는 것이 추어탕이다.
한 여름을 닭이 풍미했다면, 찬 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흰 눈이 내리는 겨울까지는 미꾸라지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어탕의 주재료인 미꾸라지는 겨울잠을 자기 전 제 몸속에 온갖 영양분을 저장해 놓기 때문이다. 매서운 바람에 얼어붙은 가슴까지 훈훈하게 데워주는 추어탕의 진한 국물로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9천원에 추어탕 돌솥밥 튀김까지
 
깔끔한 손맛 아늑한 인테리어 눈길

수원의 추어탕 전문점 '미추'는 노부부의 정성이 담긴 손맛과 아늑한 인테리어가 멋진 하모니를 이루는 음식점이다.

대게 보양식집이 맛과 영양으로 승부, 조용하기보다는 시끌벅적한 분위기다.

그러나 미추는 다르다. 외관부터 차별점이 드러난다.

누르스름한 황토빛의 돔 형태인 건물은 일반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작은 갤러리를 연상케 한다.

풍문에 의하면 수 년 전에는 시인과 음악가들이 이 곳에서 작은 작품 발표회를 하며 술잔을 기울였다고 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그 근거 없는 소문이 사실이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둥근 홀 주위로 손님 한 팀씩 앉을 수 있도록 독립적인 공간으로 구성돼 있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보면 둥글고 높은 천정위에 매달린 샹들리에 돋보이는 2층에도 테이블이 10여개가 있다.

30여명의 단체손님을 소화할 수 있는 1, 2층의 방까지 모든 식탁이 마치 내 집의, 내 방에 와 있는 것처럼 독립적인 분위기를 주기 때문에 가족 단위 손님에게도 특히 좋다.

대표 메뉴는 미꾸라지의 모든 맛과 영양을 골고루 느낄 수 있는 '가마솥밥정식'이다. 9천원에 추어전과 미꾸라지튀김, 추어탕, 영양돌솥밥까지 모두 누릴 수 있다. 대변신을 거듭한 미꾸라지 음식, 풍성한 밥상만 봐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대추와 콩, 흑미 등 7가지 잡곡이 들어간 작은 가마솥의 영양밥은 주문 후 20여분후 완성된다.

밥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 접시를 가득 채운 미꾸라지 튀김과 추어전으로 허기를 달래면 된다. 얇은 튀김옷을 입은 미꾸라지 튀김을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에서 바스락거리는 고소함이 번진다. 통 미꾸라지를 먹지 못하는 사람도 쉽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뼈가 연하다.

윤기가 반지르르하게 흐르는 추어전은 담백함이 매력적이다. 입에서 쫙 달라붙는 얇은 전은 씹을수록 감칠맛이 나서 자꾸 가는 젓가락을 붙잡기 어려울 정도다.

여기에 계란처럼 말캉말캉한 손두부는 미꾸라지 식단에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고 부족한 2%를 채워주는 음식으로 꼽힌다.

이른 아침 솥에서 틀까지,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뽀얀 손두부를 잘게 썰린 파와 고추가 들어가 있는 간장에 찍어먹으면 담백함과 고소함에 자꾸만 손이 간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메뉴에서 으뜸은 미꾸라지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뚝배기 안에 곱게 갈려 전통 된장과 어우러진 추어탕이다.

개인 식성에 따라 부추와 식물성 지방 성분이 풍부한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서 한 숟갈 떠먹으면 진한 국물이 부드럽게 흘러 내려간다.

추어탕은 얼큰함을 느낄 수 있는 매운맛과 구수한 된장맛이 베어 나오는 것으로 두 가지 종류 중 선택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맛을 느끼자. 그 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돌솥밥 뚜껑을 열고 밥의 절반 정도만 넣어서 말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두자.

한 공기를 한꺼번에 말아버리면 국물이 모두 흡수돼 마지막까지 진한 국물을 맛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가 국내산으로 직접 고르고 담근 파김치와 깍두기, 김치 등 밑반찬을 밥 한 숟가락에 한 젓가락씩 얹어 먹는 것은 선택이다.

가장 인기있는 김치는 파김치. 적당히 익은 파김치는 톡톡 씹히고 짜지 않은 간 등 그 맛이 일품이다.

이 밖에도 항아리 한 그릇에 가득 나오는 시원한 동치미는 가슴 후련한 국물과 함께 아삭아삭한 무가 자연스럽게 추가 주문을 요구하게 만든다.

추어탕을 먹지 못하는 사람도 이곳에서 도전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으리라.

그럼에도 다른 메뉴를 원한다면 고민하지 말자. 추어탕 전문점이지만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있기 때문.
우선 식사류로는 손두부를 재료로 하는 해물순두부찌개와 두부전골 등이 있다.

저녁 술 안주를 찾는 이들을 위해선 두툼한 통돼지 삼겹살과 깔끔한 맛이 일품인 오리로스 등이 있다. 연중무휴로 영업시간은 오전9시30분∼오후10시다. 031-232-3443

/글·류설아기자, 사진·김철빈기자(블로그)narado

 
"우리집서 드시는건 다 국내산입니다"
 
인터뷰/이영희 서유복 부부

"손님들이 잡숴 보면 다 알죠.(웃음)"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이영희(67), 서유복(61·여)부부는 '음식점 자랑을 해달라'는 요구에 연신 미소를 지었다.

이 부부는 5년 전부터 추어탕 전문집을 운영하고 있다.

수원의 원천유원지 부근에서 장사를 했지만 자리를 잡을 즈음, 식당이 재개발 지역의 철거 대상에 속하면서 2년전 지금의 장소로 옮겼다.

그러나 장소만 옮겼을 뿐, 변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고향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식재료와 전통방식으로 조리하는 것, 그리고 부부가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점 등이 그러하다.

실제로 추어탕의 맛을 좌우하는 된장도 전라도 고향에서 최고급 재료로 완성된 것을 그대로 가져와 쓰고 있다.
"무슨 음식이든지 내 자식이 먹는 것처럼 만들어야죠. 우리집에서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국내산이예요. 또 갓잡은 미꾸라지를 가마솥에 ??고 몇 시간씩 우려내는 등 모두 전통방식으로 만들죠."

미꾸라지 요리가 부인 서유복씨의 담당이라면, 손두부는 남편 이씨의 몫이다.

이른 아침 생콩을 갈아 커다란 솥에 찐 후, 틀에 옮겨 완성된 새하얀 두부를 얻기까지 모두 전통방식으로 조리한다.

여기에 전문점임에도 통돼지삼겹살과 오리구이 등 특별메뉴를 추가한 것은 단골들을 위한 배려다.

"식당 분위기가 이야기를 나누며 술 한 잔 마시기도 좋으니까 저녁에는 단골 손님들한테만 통돼지삼겹살을 제공했죠. 직접 가서 고른 통삼겹살을 초벌구이한 후에 내놓았는데 이게 소문이 나서 찾는 사람이 늘어났죠. 결국 정식메뉴에 올리게 됐어요."

노부부는 "구수하고 담백한 맛도 식당마다 그 정도에 차이가 나기 마련이죠"라며 "오는 손님들이 음식을 드시고 기분좋게 돌아가는 모습이 가장 좋다"고 입을 모았다.

/글·류설아기자·사진·김철빈기자 (블로그)rsa119

 
원기회복 숙취해소 그만 - 미꾸라지 효능

"미꾸라지는 속을 덥게 하고 원기를 돋우며 술을 깨게 하고 스테미너를 보하여 발기불능에 효과가 있다"
<본초강목>에서 미꾸라지의 효능을 적은 부분이다.

양질의 단백질이 주성분으로 동물이나 식물에 보기 드븐 철분과 회분, 칼슘, 비타민 등이 풍부해 자양강장 식품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고단위 영양제로 꼽을 수 있는 미꾸라지는 산모와 위장병 환자,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도 효과가 크다. 특히 미꾸라지 음식은 몸이 허할 때 탕이나 어죽으로 끓여 먹으면 좋다. 우리 몸에 원기를 불어 넣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또 위에 무리를 주지 않고 소화가 빨라 위장질환에 적합하며 소화력이 떨어져 있거나 병환 뒤 회복기나 수술 전후의 기력 회복에 많은 도움을 준다. 면역력을 높여주고 숙취 해소에도 좋으며 고혈압과 동맥경화, 비만증 환자들에게도 좋다.

이처럼 동물성 지방이 풍부한 추어탕에 식물성 지방 성분이 들어있는 들깨가루를 첨가해서 먹으며 영양균형을 맞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