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4 기방난동사건'
조선시대에 건달이 있었다면?

<1724 기방난동사건>(감독:여균동)을 보면 조선시대 건달이 있었는 지 아니면 존재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영화의 시대와 장소는 조선 한양 바닥이지만 등장인물과 그들의 말투는 21세기에 사는 사람들이다.

마포에 사는 '천둥'(이정재)은 동네 양아치 대장이다. 그에게 걸리면 뼈도 못추린다. 역시 싸움 한 판을 벌이고 집으로 돌아온 그날, 운명처럼 한양 양대 건달패 중 하나인 '양주파' 두목 '짝패'를 만난다. 짝패와 한 판을 벌이는 천둥은 우연히 그를 쓰러뜨리고 얼토당토 않게 양주파 두목 대행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양주파를 차지하려는 또 다른 한양 건달패 '양봉파'의 우두머리 '만득'(김석훈)과 마주선다.

조선말기 조정 대신들은 돈 버는 데에만 관심을 쏟고 정쟁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한양 바닥에는 질 좋은 중국 상품을 파는 난전으로 가득하고 돈으로 신분 상승을 꾀하는 이들이 여기저기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감동보다는 웃음을 주는 이 영화는 시작부터 독특한 설정으로 시선을 붙들어놓는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만 10개월을 넘게 투자했을 만큼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다. 특히 마지막 결투 장면은 액션을 슬로모션으로 구성해 박진감보다는 코믹한 느낌을 준다.

"어떻게 재미있게 할 것인지 고민했다"는 여균동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재미있는 요소를 심심치 않게 등장시킨다. 현대물을 옮겨놓은 듯한 설정이 툭툭 던져놓듯 화면에 담긴다.

배우들 연기도 나쁘지 않다. <오! 브라더스>에서 보여줬던 이정재의 코믹 연기가 이 영화에서 부활한다. 최근 깔끔한 연기만했던 것에서 벗어나 일그러지는 표정과 망가지는 몸 개그를 서슴치않는다. 중간에 등장하는 기생 '설지'와의 로맨스가 어색할 정도.

김석훈은 '만득'을 연기하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온다. 긴 머리를 하고 화장을 잔뜩 한 채 능글맞고 우아한 척 말하면서도 뒤 돌아서면 욕을 해대는 이중적인 인물을 그려냈다. 역시 여타 조폭 영화에서처럼 2인자를 맡은 칠갑역의 이원종은 절제미와 건달 이미지를 적절하게 버무려넣었다. 오래간만에 스크린에서 보는 배우의 깜짝 출연이 재미있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가 흐르는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마저도 유쾌하게 만든다. 15세. 12월4일 개봉.

/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