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웃으면서 살자고요"
개봉작 프리뷰 - 해피 고 럭 키
 
 
행복은 전염된다.

<해피 고 럭키>(감독:마이크 리)는 우리 모두 웃으면서 살자고 말하는 영화다. 그러면서도 행복하지 않은 이들의 모습을, 일상을 담아내는 데 소홀하지 않게 짚어낸다.

'포피'는 서른살 노처녀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아직 철이 덜 든건지 요란한 옷 차림을 좋아하는 그는 어디서든 시끄럽게 떠들기 일쑤고 눈치도 없다. 그의 표정은 늘 헤헤거리며 바보처럼 웃고 있다.

그런 그에게 동생마저도 제발 나이 값을 하라며 다그치지만 사실 포피 역시 매일같이 일어나는 짜증나고 기분 나쁜 일들을 겪는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자전거를 잃어버려도 "저런, 잘가란 작별인사도 못했는데"라고 말할 여유 정도만을 가졌을 뿐이다. 그는 쉽게 '짜증나'를 말하지 않고 화를 내지 않는다.

포피는 마치 몇 년 전 개봉했던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의 여 주인공과 닮아있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 여긴다.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한 아이 '닉'을 걱정하고 세상에 대한 불만과 편견 속에서 살고 있는 운전 연수를 전문으로 하는 '스콧'에게도 포피는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 바라는 포피의 일상이 2시간 동안 화면을 채운다.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은 백인부터 시작해 흑인 재활치료사, 스페인계 플라맹고 강사 등 다양한 인종들이 등장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린다. 또 곳곳에서 이혼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겪는 아픔과 백인들이 유색인종을 대하는 태도 등이 포피의 사고방식과 살짝 부딪히며 영국 사회 속에 녹아 있는 문제들을 건드리기도 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웃음이 넘쳐나지만 상영시간 내내 머리와 가슴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 절에서 제공하는 참선 프로그램을 일주일 동안 참여하고 돌아와도 그 약발이 몇 개월을 넘지 않는 게 우리 세상살이 아닌가. '죽겠다'는 말을 하루에 한 번이라도 하지 않으면 다행인 일상에서 포피가 짓는 미소는 현실과 괴리된 환상일 뿐이라는 것이 가슴 한 구석을 헛헛하게 한다.

포피의 십년지기 친구가 "착하게 구는거 그만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데서 그가 사실은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을거라 믿고 싶은건 세상에 찌들었기 때문일까.

포피 역을 맡은 '샐리 호킨스'는 이 영화로 2008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5세. 20일 개봉.
 
/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