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실에서 ▧
최근 지역사회에서 'SK그룹'만큼 많이 회자된 기업도 드물다. SK와이번스는 마침내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야도(野都)의 전통을 빚낸 쾌거였다. 우승이 확정되기까지 지역신문에는 각종 찬사가 줄을 이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할 비결로 김성근 감독 특유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쁨은 그 정도뿐이었다. 환희의 뒤편에선 예의 연고 논쟁이 재연됐다. SK와이번스를 인천 팀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의 여부는 아직 지역 내 야구 마니아들 사이에서 매듭지어 지지 않은 화두다. 지역사회가 SK와이번스에 '마음의 문'을 열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좌다.

SK와이번스 입장에선 현대그룹이 저지른 '원죄'까지 뒤집어 써야 하는 게 일견 불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룹사라는 전체 그림에서 보면 지역민에게 현대나 SK가 전혀 다를 게 없다. 이는 지난주 곳곳에서 확인됐다.

SK컨소시엄은 인천대 캠퍼스 이전 사업을 두고 현재 인천시와 힘겨루기 중이다. 공사비 증액이 갈등의 주된 내용이다. 계약액보다 100% 이상 더 올려 달라는 것이니 지역사회의 시선이 고울 리 만무하다.

SK네트워크도 지역 중고차 매매업체들과 대치하고 있다.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라 할 중고차 매매시장에 진출한 탓이다. 돈만 되면 뭐든지 하는 그룹사의 속물 근성의 확인물이다. SK건설은 남구 용현동 저유소 부지 개발을 놓고 불협화음 중이다. 2년 가까이 끌어오고 있는 이 사안은 개발 주도권을 노린 SK의 지나친 지분 쪼개기가 발단이 됐다.

이래 저래 SK도 다른 그룹과 다를 바 없는 그야말로 '도낀 개낀'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셈이다.

SK와이번스는 시즌 내내 응원 구호 앞에 '최강'이나 '무적'이 아닌, '인천'을 내세웠다. 구단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2000년 창단 첫 해 8만4천여 명에 불과했던 관중 수는 올해 75만 명을 넘어섰다. 인천 팬들이 노력에 화답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의문이다. 논란 중인 여타 사안에 직간접으로 연루돼 있는 지역민은 수십만 명에 이른다. SK와이번스로서는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큰 것이다.

점차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중시되고 있다. 향토 기업이나 외지 대기업이 이윤만 추구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SK와이번스는 SK건설, SK네트워크와 다른 기업임을 애써 강변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줄 지역민은 거의 없을 듯싶다. SK 역시 타 그룹 마냥 무턱대고 예뻐할 수 없는 게 지역민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김홍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