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크 서양골동양과자점 
달콤한 영화가 온다.

<앤티크-서양골동양과자점>(감독:민규동)을 보고있으면 행복해진다. 어딜 비춰도 꽃미남들이 웃음을 던지고 그들이 만들어 내놓는 케이크는 당장이라도 빵집으로 달려가게 만든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온갖 케이크를 다 맛 본 듯한 기분에 괜시리 마음이 들뜬다.

재벌 2세 '진혁'(주지훈)은 케이크전문점 '앤티크'의 주인이다. 단 것이라곤 절대 먹지 못하는 그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관심도 없던 케이크 가게 문을 열었다. 파티쉐는 그의 고등학교 동창 '선우'(김재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마성의 게이'라고 불리는 그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단점은 여자를 체질적으로 무서워한다는 것. 그래서 같이 일하는 종업원도 예쁘게 생긴 남자를 뽑아달라고 말한다. 거기다 그 종업원은 선우에게 반하면 안된다. 전직 권투선수였던 기범(유아인)은 이 까다로운 선우의 면접을 통과해 앤티크 가족이 되고 여기에 단순무식하지만 순수한 진혁의 경호원 '수영'(최지호)이 가세해 앤티크는 꽃미남 케이크 가게로 탄생한다.

단순히 잘생긴 남자들이 나오는 음식영화라고 하기에는 무게가 느껴진다.

진혁이 갖고 있는 비밀이 하나씩 풀리면서 발랄하기만하던 영화가 한결 차분해진다. 물론 급하게 변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갖고 가면서도 심각한 내용을 조금씩 뿌려넣는다.

또 퀴어(동성애) 요소를 적절하게 섞어 재미있는 소재로 살렸다. 편견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는 동성애적 색채가 각양각색의 케이크와 함께 스며든다. 러브신은 끈적거리지 않고 담백하다. 오히려 영화를 보면서 '남자들끼리 어떻게 스킨십을'이라는 속마음을 드러낸다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집불통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조심하길.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만화적 요소를 잘 살려냈다. 가족들에겐 착한 아들인 척 하지만 사실은 상처를 애써 감추기 위해 연기를 하는 진혁은 특히 원작과 닮아 있다. 진혁이 산타클로스 옷을 입고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배달하는 장면을 뮤지컬처럼 표현하거나 앤티크 케이크를 한 입 먹은 손님들이 반하는 표정도 만화 한 컷을 옮겨다 놓은 듯하다.

민 감독은 "아프고 힘든 이야기를 편하게 표현하는 시선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등장인물들의 그런 모습에서 절박함이 더 간절해진다.

역시 부족한 것은 연기다. 어색한 말투와 몸짓이 재미를 반감시킨다.

영화를 보고 나온 뒤 드는 생각, 케이크 한 조각을 사러가야겠다. 11월13일 개봉, 15세
 
/소유리기자 (블로그)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