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 포천을 찾아서
서늘한 대기가 아침, 저녁으로 뼈 속 마디마디 파고 들지만 늦가을 햇살 만큼은 온 산야를 색색으로 물들인 오색 단풍을 가슴에 안고, 만남도 이별도 추억을 만드는 행복이 끝없이 깊은 하늘의 천상이라도 보여줄 듯 꽃보다 진한 향기로 연인들을 손짓한다.
산(山)이란 늘 오를 때 힘들어서 '왜' 왔을까 하고, 수십번 되내인다. 그러나 정상에 올라서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드넓은 멋진 풍경과 현란한 은빛 물결에 매료되곤 한다. 이같은 산행의 기쁨을 두배로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출렁이는 20만여 ㎡의 드넓은 억새 사이 사이 추억을 담는 관광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밭이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곳. 늦가을 추억 만들기엔 '포천'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연간 100만여 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찾는 포천시 영북면 산정호수, 드넓은 호수와 더불어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명성산, 또한 가을을 상징하는 들국화가 서늘한 냉기 속에서 품어내는 향기가 세상을 빛나게 한다.


산정호수 명성산은 이맘 때가 되면 20만㎡의 은빛 억새물결이 푸른하늘과 어루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밭

유난히도 많은 관광객들이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가을산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전국 5대 억새군락지로 손꼽히는 산정호수 명성산(923m) 정상을 찾고 있다. 20만㎡ 규모의 은빛 억새꽃밭이 산정호수의 잔잔한 물결, 유난히도 청명한 늦가을 하늘과 어우러지고 계곡마다 울긋불긋한 오색 단풍이 멋들어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연출하며 절경을 이루고 있다.
억새군락이 넓게 펼쳐진 명성산 정상을 오르는 길목에는 기암절벽과 오색단풍, 전설의 산에서 폭포수가 떨어져 암반 소가 이뤄진 물빛의 청청함 때문에 선녀가 놀았다는 비선폭포, 용이 폭포수의 물안개를 따라 등천했다는 등룡폭포, 궁예왕이 왕건 군사에 쫓겨 은신했다는 자연동굴 등 많은 명소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명성산 정상 억새밭에는 1년 뒤 받을 수 있는 '억새밭 빨간 우체통'이 마련돼 있다. 이 우체통은 누구에게나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갖가지 사연을 담은 편지들로 가득 채워진 채 편지의 주인공을 찾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산정호수 명성산은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 궁예(弓裔)가 한강유역 진출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군보급기지인 남창과 북창을 만들기도 했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 산정호수 인근 평강식물원
꼬불꼬불한 우물목의 오솔길을 따라 오르면 30여 만㎡의 넓은 면적에 자연을 이용한 고층습지와 고산습원, 암석원, 습지원, 이끼원, 만병초원 등 12개 테마정원에 5천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평강식물원이 한눈에 펼쳐진다.
산정호수 인근에 위치한 평강식물원이 자랑하는 암석원의 넓이만도 5만5천여 ㎡에 이르며, 백두산, 한라산, 히말라야, 로키 산맥 등 세계의 고산 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고산식물과 바위에 붙어사는 다육식물(多肉植物)들이 주변의 경관들과 조화롭게 어우려져 있다.
우물목이란 명칭에 걸맞는 고층습지원 주변에 놓인 나무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한나절이 금방 간다. 곳곳에 쉬기 좋은 나무 벤치도 마련되어 있어 연인들 또는 가족끼리 느긋한 늦가을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평강식물원은 최근 늦가을 향취에 걸맞는 진한 국화꽃 향기의 주인공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탄강이 고향인 포천구절초와 한라산의 한라구절초 등 들국화 향기가 진동한다. '평안한 마음과 건강한 몸'이란 테마로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대표하듯 국화축제가 한창이다.
찬 서리 속 가을에 홀로 피는 국화, 그 향기롭고 고귀한 느낌은 깊어가는 가을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듯 국화 향기에 묻어나는 가을 바람은 지친 영혼들의 심신을 풀어주고 있다.
평강식물원에 들어서면 들꽃동산에서 습지원을 넘어가는 언덕에 피어난 억새꽃군락이 고향생각을 떠올리는 아련한 옛 추억에 잠기게 한다.
그 이름도 생소한 좀개미취와 눈개쑥부쟁이 등 키 작은 국화과(菊花科) 식물들이 암석원에 자리잡고 있다면, 그보다 키 큰 언니들인 벌개미취, 개미취, 산비장이, 산국, 감국 등은 들꽃동산에서 만날 수 있다.
백두대간에서 한라까지 우리네 숲에서 자라는 자생목과 풀, 꽃, 흙이 한데 어우러진 고산습원, 그리고 자연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들꽃동산 등이 관람객들을 매혹하기에 충분하다.
이름조차 생소한 야생화와 다양한 국화과 식물을 한번에 공부할 수 있는 자연학습의 장으로 최고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글=포천 김성운기자 (블로그)swkim·사진제공=포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