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실에서 ▧
지난주는 기자로서 자괴감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경제위기의 진앙지가 비록 외국이라 해도 그 여파로 국내경제는 바람 잘 날 없었다. 금융권은 요동치고 기업은 자금난과 경기위축 우려로 난리였다. 국민들은 투자손실 걱정을 넘어 늘어나는 실업인파를 보며 10년전 경험했던 외환위기 한파를 떠올리며 보내야 했다.

그런데도 정치인과 정부관료들은 마치 딴나라 사람들을 보는 듯했다. 경제당국은 경제위기설이 난무해도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투였다. 그러다 외환과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면 남 탓 타령이었고 장세가 호전되면 '선방'을 외쳐 됐다.

정치권은 국정감사에만 진력하는 모습이었다. 국감장에서는 예상대로 비리폭로와 함께 면죄부를 남발했다. 더이상 듣기도 지겨운 고성지르기와 당리당략 싸움도 재연했다. 국민 보살핌은 말뿐 행동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지도층 몰염치의 압권은 역시 '쌀소득 직불제' 파동이었다. 이봉화 차관으로부터 비롯된 이 문제는 한방에 우리사회의 병폐를 다 드러냈다. 수혜자는 두말할 것 없이 자경농민이어야 했다.

그렇지만 감사원 발표를 보면 2006년 직불금 수령자 99만8천명 중 비농업인은 28만여명으로 28%에 달했다. 직업이 확인된 17만3천497명의 직종은 우선 회사원이 9만9천981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공무원 3만9천971명, 금융계 8천442명, 공기업 6천213명, 전문직 2천143명, 언론계 463명, 임대업 52명, 기타직업 1만6천232명 순이었다.

자치단체 관련사항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 농지를 대상으로 실경작자와 지주 모두에게 직불금이 중복지급된 경우는 전국적으로 5천196명이었다. 이 중 인천은 883명으로 16개 광역단체 중 두번째로 많았다. 경기도도 457명으로 여섯번째였다. 신청과 지급이 자치단체를 통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천과 경기도 행정의 부실함을 보여줬다. 더 어이없는 것은 정부의 사후대응이었다. 신상공개 요구에 개인정보공개 곤란으로 맞서더니 확인된 사실은 자료를 파기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전수조사 운운하고 있으니 목불인견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지난주는 여러모로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왜 비리공화국이라 하는지 새삼 절감케 한 한 주였다. 그러니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외쳐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참, 대한민국에서 국민 노릇하기 힘들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나면 서브프라임이 뭔지 알아야지, 환율문제가 터지면 환율공부해야지, 이젠 쌀직불금 문제니, 그런데도 지도층은 딴청이나 피우니···"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건만 주말에 들은 이 말이 좀체 귓전을 떠나지 않고 있다.
 
/김홍전 논설위원